도체육회인사의 성패는?
경기도체육회가 엊그제(15일) 처음으로 순환보직을 실시했다. 과장 등 6급 이상 직원에 대해 모두 자리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도체육회의 이 같은 순환보직은 1981년 인천시와 분리 이후 처음 시도한 일이다. 이로 인해 말들이 많다. 2부 4과의 도체육회는 지난달 운영부장을 승진, 임명하며 기존의 운영부장을 총무부장으로 전보 발령한 데 이어 2명의 직원을 과장 직무대행에 임명하며 4개 과의 과장 또한 자리를 모두 교체했으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도체육회는 연말께 7급 이하의 직원에 대해서도 모두 순환보직을 단행하고, 이를 계기로 순환보직을 정례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체육계 인사들은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는 오는 10월의 경남체전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국체전 업무를 담당했던 부장과 과장, 직원까지 교체한 것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골자다.
반대로 긍정적인 평가는 특정 부서에 오래 근무하는 관계로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을 해소하고 직원 간 업무 다양화로 오히려 조직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나타남에도 순환보직의 시도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도체육회는 그동안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인할 체육계 인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사무처장의 잦은 교체에 있다. 민선시대 이후 4년의 임기를 채운 사무처장이 단 한명도 없을 정도로 단명하고 있으니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도체육회를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은 고사하고 전국체전의 종합 우승 달성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붓는 실정이다. 눈앞의 전국체전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순환보직 등 제도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임기 동안 행여나 전국체전을 제패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에서 시도하지 못했다.
체육계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홍광표 도체육회 사무처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저라고 전국체전을 등한시 하겠습니까”라며 “다른 업무를 처음 접해 본다 해도 직원들이 열심히 하면 안 될 게 없지 않느냐. 업무의 효율성, 직원간의 이해도 등에서 순환보직이 더 좋다”고 표명한 확고한 입장은 두고 볼 일이다.
여기서 도체육회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체육회가 처음 실시한 이번 인사의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도체육회 직원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도체육회 사무처는 총무부와 운영부로 나뉘어 알력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마찰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는 서로 자리를 바꿔 업무를 관장하게 됨에 따라 직원들이 서로 이해하며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만에 하나 잘못된 행정이 발생할 경우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예전과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즉, 인사가 잘못 됐다고 구설수에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직원들의 화합은 물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도체육회를 바라보는 경기단체에 대한 유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다수 경기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일부 단체와의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도체육회가 경기단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평범한 생각을 갖는다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
도체육회 사업도 사회 변화 추이와 맞물려 다양화 되고 있다. 그동안 전국체전과 도민체전에 국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도체육회 사업이 세계요트대회가 추가되고 내년도 고양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준비해야 하는 등 현재 19명의 사무처 인력으로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경남에서 열리는 제91회 전국체전의 채점방식 변화가 추진되는 등 결코 상황은 만만치 않다. 대한체육회는 격차가 큰 시·도간의 점수 폭을 줄이고 개최지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기록경기의 경우 종전 10%의 가산점을 20%로 상향하고 메달점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도가 최근 5년간 획득한 평균점수 7만8천139점보다 크게 밑도는 7만여점 선에 그칠 것으로 보여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같이 결코 평온하지 않은 주변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폭적인 인사를 시행한 도체육회가 환골탈태하며 체육계 인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 단계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답은 나와 있다 하겠다■
오창원 중부일보 체육부장
<2010. 3. 17.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