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체육회가 요즘 이상하다. 지난 11일 신임 사무처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이태영 신임 사무처장이 있다. 이 처장은 부임하자마자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행보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부임 후 도체육회 선배들인 전직 사무처장들을 만나 선배들의 노하우를 들었고, 소외된 체육 원로인들도 직접 찾아가 인사했다. 그동안 전직 사무처장들이 부임하면 가맹경기단체와 시·군체육회를 찾는 것에 비해 이 처장의 ‘선배·원로 챙기기’는 분명 남달랐다.
사실 도체육회는 그동안 사무처장이 바뀔 때마다 체육 정책이 달랐다. 물론 체육을 잘 알지 못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대부분이라 체육의 생리(?)를 단기간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일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힘든 것은 바로 가맹경기단체 임원들과 도체육회 사무처 직원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무처장으로 부임한 이 처장의 행보는 분명 독특했다. 지난 2004년부터 경기도테니스협회장을 맡아 체육인들과 신뢰를 다진 이 처장은 도체육회 이사도 맡으면서 최근 진행된 체육 정책도 알고 있었다.
“선배와 원로 체육인들을 먼저 챙겨야 체육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서울 태릉선수촌에 걸맞은 경기도 스포츠 빌리지의 첫 삽을 뜨는 게 제 임기 중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 처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체육만큼은 군대의 계급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고, 거기서 체육인들이 한목소리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체육 정책에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처장의 이런 행보는 체육인들에게 분명 산뜻한 느낌이다.
그러나 도체육회는 올해 더 많은 일이 산적해 있다. 오는 5월 전국체전 모의고사인 도민체전을 수원에서 치러야 하고, 10월에는 경기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전국민 화합체전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불어닥친 시·군 직장운동경기부의 잇따른 해체도 되돌려야 하고, 시·군 체육회장인 31개 시장·군수도 직접 만나 체육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이 처장이 밝힌 사무처 조직개편도 시급하다. 그동안 1처 2부 4과로 구성된 조직을 현실에 맞는 조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조직처럼 방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1천200만 경기도민에 맞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지원이다. 신임 처장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있다 해도 돈이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인 셈이다. 지난해 도체육회는 169억7천여만원(도비·자체예산)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올해에는 32억여원이 모자란 137억5천500여만원을 책정했다. 전국체전을 성대히 치러야 하는 올해 도체육회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다.
도체육회가 다시 위상을 세우고 한국 스포츠를 이끌기 위해선 신임 사무처장에게 믿음을 실어줘야 한다. 또 체육인들이 화합하고 하나로 뭉친다면 더 나은 경기 체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창윤 체육차장
<2011.1.21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