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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도베이션
작성자
초저가
작성일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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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이션’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기사 100자평(1) 입력 : 2010.01.21 23:03

“지금처럼 불행한 시절엔 ‘경제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계획이 나와야 합니다.”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193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루스벨트는 “잊혀진 사람을 기억하라”는 연설에서 ‘경제 피라미드의 밑바닥’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를 비롯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대다수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요즘 ‘피라미드의 밑바닥’은 하루 2.5달러 미만 소득으로 사는 세계 25억 빈곤층을 가리킨다.

최근엔 아무리 가난해도 그들 나름의 소비욕구를 지닌 거대 집단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교수 프라할라드는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는 부(富)’라는 책에서 “이 빈곤층을 더이상 희생자로 볼 게 아니라 활력 있고 창의적인 기업가이자 소비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피라미드의 밑바닥’을 겨냥한 대표적 사업 모델이다.

빈곤층에게 창업자금으로 50~100달러씩 푼돈을 빌려줘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면서 은행 사업영역도 넓혀간다는 것이다. 찬물에도 잘 풀리고 작은 비닐 팩으로 포장해 값도 싼 샴푸를 비롯해 빈곤층을 겨냥한 소비제품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12억 인구 중 하루 1달러로 연명하는 극빈층만 3억에 이르는 인도는 가난한 계층의 소비욕구를 채워줄 상품 개발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초절전 냉장고, 스쿠터로 돌아가는 제분소, 전기 없이 왕겨로 박테리아를 걸러내는 정수기까지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와이퍼는 하나만 달고, 타이어 튜브는 없애고, 최소한 주행장치만 갖춰 값을 300만원 밑으로 떨어뜨린 세계 최저가 자동차 ‘나노 카’도 있다.

▶방대한 빈곤층을 겨냥한 인도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가리키는 ‘인도베이션(Indov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인도(India)와 혁신(innovation)을 합친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인도 경제가 6%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 여기서 나왔다. 가난한 사람들도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초저가 제품으로 내수가 살아나고, 그것이 다시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도베이션이 제3세계 빈곤문제 해결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