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주인은 줄고 객(客)은 넘쳐난다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사 100자평(10) 입력 : 2010.04.29 23:15
客은 나랏일을 내 일로 생각하지 않고 남 탓하고 불만만 크다
정부와 군도 결국 국민의 일부 국민 기강은 건강한가
▲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헌법 제1조 제2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다.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인 것은 확실한데,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하여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주인처럼 생각하고 주인처럼 행동하는가.
한 가정이든 국가든 주인의식을 가진,
공동체를 사랑하고 공동체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진,
주인들이 많아야 그 공동체가 발전한다.
자기 나라를
남의 나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객(客)들이 많으면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공동체이든
그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인들은 먼저 자기 성찰과 반성부터 한다.
혹시 내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그리고 내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를 걱정한다.
그것이 주인의 의식이고 자세이다.
그런데 객은 다르다.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남부터 비판한다.
자기반성은 없다.
평시에도 공동체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그러면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관심도 의사도 없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나라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내가 나라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자”고 한 적이 있다.
우리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 되자, 주인 의식을 가지자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객은 넘쳐 나는데 주인이 줄어들고 있다. 나라에 대한 요구와 불만은 늘어나지만,
나라에 대한 기여와 사랑은 적어지고 있다.
나랏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주인으로서의 국민’은 적어지고 있다.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주인으로서 먼저 자기성찰과 반성부터 해야 한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잘못한 건 아닌가.
어떻게 해야 올바른 대처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지난 10여년간
사실상 무장해제된 ‘국가관과 안보의식’부터 확실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북한의 실체에 대한 허황한 인식에 기초한 그동안의 대북 정책을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나라와 한반도의 주인이라면, 이제는 마지막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북한을 어떻게 적극 ‘흡수통일’할 것인가를 준비하고 결단해야 한다.
이 사태를 보면서 혹자는 정부의 위기관리와 대처 능력의 부족을 질타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누구인가. 하늘에서 내려온 정부가 아니다.
국민들이 다 뽑은 우리의 정부이다.
국민은 유능한데 정부만 무능한 나라가 있는가.
또한 혹자는 군(軍)의 기강과 정신력의 약화를 비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군은 누구인가.
국민의 일부가 아닌가.
어떻게 군의 기강만 약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엔 국민들의 기강도 약하고
더 나아가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의 기강은 더 엉망이다.
솔직히 오늘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군이 저만큼이라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 고맙다.
그동안 국방에서
주적(主敵)개념을 없애고
적에게 유리하게 교전규칙을 바꾼 사람들,
더 이상 이 나라에 전쟁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대북 유화론자’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아니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앞장서, 이제는 군의 기강이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각자의 선 자리에서 자기반성부터 하는 것이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에 대한 예의이고 주인 된 도리이다.
우리나라 좌파와 우파 간에 대립과 갈등이 깊어져 걱정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 주인이 없어지고 객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나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남의 일처럼 비판하며 책임은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마디로 나라의 주인이 줄어들고 있다.
요즈음 세태를 보면,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이 눈물겹게 다가온다.
“묻노니 여러분이시여, 지금 대한 사회에 주인이 되는 이가 얼마나 됩니까.”
“왜 우리나라가 독립이 못 된 것이 ‘나’ 때문이구나 하고, 가슴 두드리며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안 하고, 어찌하여, 이놈이 죽일 놈이고 저놈이 죽일 놈이라고만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