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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포츠의 우회축적(迂廻蓄積)(김희수 칼럼니스트)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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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우회축적(迂廻蓄積)

‘빙상의 꽃’ 김연아(18·군포수리고)가 또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스웨덴에서 열리는 2008 국제 빙상 연맹(ISU)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연속적인 승리로 국민적인 호응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아직 완쾌되지 않은 고관절 통증이 걱정이 된다.

점프를 해서 착지할 경우 체중의 약 3배 정도의 무게가 실린다. 피겨 스케이트의 경우 체중의 3배를 한 쪽 발로 지지하고 동시에 회전력까지 받기 때문에 안정과 보강훈련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경제학 용어에는 ‘우회생산(迂廻生産)’이라는 개념이 있다. 두 어부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한 어부는 조각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로 고기를 잡는 것에 만족하고, 또 한 어부는 빚을 내서라도 큰 배와 어망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한 어부가 낚시로 고기를 하루 잡아서 하루 팔아서 걱정없이 살 때, 다른 한 어부는 큰 배와 어망을 짰기 때문에 빚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이유로 뜻을 헤아리지 못한 가족들의 원망과 탄식을 매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얼마동안의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나면 낚시로 잡는 어부가 10마리의 고기를 잡을 때, 다른 한 어부는 수백 혹은 수천 마리의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회축적(迂廻蓄積)’ 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도 이러한 우회축적의 개념이 필요하다. 경기력이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을 통하여 배양된다는 진리가 통하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 후 팀의 진단결과 필요한 것은 전략과 전술을 받쳐 줄 수 있는 ‘체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체력 훈련 전문가 레이몬드 교수를 초청해 선수들의 체력을 증강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기초체력 훈련 기간 동안엔 다른 훈련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월드컵 이전에 실시된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는 성적이 부진하였다.

그로인한 비난과 야유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회축적의 신념을 가진 감독은 1%씩 끌어올려 월드컵에 좋은 경기를 보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달 제주도에서는 유소년 축구의 요람인 ‘제 8회 칠십리 배 유소년 축구 연맹전’이 전국 유소년 축구선수들과 지도자들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각 지에서 몰려온 선수들이 참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초·중·고 유소년 팀 경기의 특징은 팀의 승리와 성적을 위해 특정 선수를 계속 뛰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대회에선 누가 잘 뛰고, 잘 넣고, 잘 치는지를 모두가 안다.

국가 간 경기, 프로경기에서도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이기적인 파울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승리에 굶주린 유소년 팀은 어떠하랴.

아직 피지 못한 우수선수의 생명력과 벤치에 앉아 출전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도 고려한 운영, 대회의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팀 그리고 대기만성(大器晩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풍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선수들 각자가 ‘즐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또한 출전 기회가 없는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진로 프로그램이 시급히 필요하다■

김희수 칼럼니스트

<2008. 3. 1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