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난 가슴 깊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등 뒤에 흘릴 때도 – 중략- 내 삶의 끝에서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 인순이가 부른 카니발의 노래 <거위의 꿈> 이다. 여러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귀에 익숙한 가사일 것이다.
지금은 모 광고에서 ‘피겨퀸’ 김연아가 직접 부른 ‘거위의 꿈’으로 감동을 더한다. 3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엔 ‘거위의 꿈’ 노래를 배경으로 김연아(19·고려대)가 캐나다 토론토 현지에서 훈련하는 모습과 촬영 에피소드가 포함됐다.
그동안 김연아가 겪어온 어렵고 힘든 역경의 순간을 그대로 볼 수 있었고 화려한 그의 모습 뒤에 치열한 순간들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요행(僥倖)이 없다. ‘하루를 연습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 안하면 남이 알며, 삼일을 연습 안하면 세상이 안다’라는 논리적 비약이 있을 만큼 야속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 중 모 아나운서가 그의 연기 프로그램 중 일부를 따라 해보라고 권유해서 다리 골절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많이 생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연아의 트리플 점프(공중 3회전)는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하루아침에 얻은 기술은 아니다. 바로 그의 노력의 결과이다.
‘내가 잘되는 것보다 남이 못되는 것이 좋다’ 는 냉소가 아직도 ‘지금의 말’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아쉽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김연아의 안티카페.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우려가 된다. 이미 저속한 댓글과 루머로 여러 스타 연예인들을 잃었다. 그가 어떤 비웃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란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도 19살 순정을 가지고 있는 꿈이 많은 소녀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 진다. 모처럼 얻은 세계적인 스타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자.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무조건 캐스팅이 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타가 되면 어떤 행위도 ‘면죄부’를 얻게 된다.’라는 왜곡된 의식이 문제이다.
일부 스타 연예인들의 일탈된 뒷모습에 이젠 염증이 난다. ‘별’이 진정한 ‘별’이 되기 위해선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은 모두의 ‘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제2의 김연아’가 되기 위해 전국 실내 스케이트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 어려운 국내 상황에도 한 자락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있어 다행이다. 아니 꿈을 그려볼 수 있어 다행이다. 모쪼록 가로막는 모든 벽을 이겨내고 마지막 웃을 수 있는 진정한 ‘별’이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
지금 경기도 전역에서는 ‘제34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다. 감기에 걸려 경기장 근처에 입원하고 오전에 훈련 마친 후 다시 입원해 다음 날 시합에 임하는 어린 선수들의 꿈은 아름다운 것이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희수
<2009. 4. 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