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다사다난했다’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쓰며 한해를 뒤돌아본다. 올해의 경기체육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올해 경기체육의 가장 큰 성과는 1989년 제70회 전국체전 이후 22년 만에 제92회 전국체전을 고양시 등 도내 20개 시·군에서 개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전국체전은 여러모로 전국체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행 과정에서 다소 문제점을 노출하긴 했지만 메인스타디움을 탈피한 고양 호수공원 개·폐막식을 비롯해 내륙뱃길인 경인아라뱃길과 DMZ평화누리길 성화봉송, 접경지역을 안고 있는 경기도의 특색을 살린 김포 애기봉 안보행사, 다문화가정 성화봉송 참여 등 역대 개최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행사로 치렀다. 여기에 성화 봉송 안치식 또한 관공서를 탈피, 다중집합장소에서 실시함으로써 도민적 관심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특색 있는 행사를 바탕으로 경기력 또한 역대 최다메달과 점수를 획득함으로써 경기도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경기도는 금메달 160개, 은메달 155개, 동메달 165개로 종합점수 8만5천81점을 획득하며 10회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전국체전 초창기 서울이 16연패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시·도도 해보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 같은 성적은 역대 최고 점수였던 8만3천440점(89회)과 금메달 149개(89회), 은메달 144개(88회), 동메달 147개(89회)의 모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써 시·도체육회 관계자들은 당분간 깨기 힘든 기록이라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42개 정식종목 중 21개 종목이 우승하는 등 35개 종목이 3위 내 입상, 타 시·도 관계자들로부터 ‘손님을 불러 놓고 해도 너무한다’는 밉지 않은 핀잔까지 들었으니 경기도 엘리트 체육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첫 종합대회인 제92회 동계체전에서도 역대 최다인 84개의 금메달과 1천320점을 획득하며 10연속 정상에 올라 올 시즌을 상쾌하게 출발했다. 사실 동계체전의 경우 하계체전에 비해 지형적인 여건으로 투자와 우수선수 영입 등에 관심을 적게 가져 서울, 강원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문 적이 수년간 있었다. 하지만 도내 스키장 건립과 대도시의 실내 아이스링크 증가로 동계체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동·하계 체전을 모두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비장애인체전보다는 관심도에서 떨어지지만 장애인체전에서도 금메달 139개, 은메달 128개, 동메달 124개, 종합점수 22만6천718점의 역대 최다 메달 및 점수로 6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렇듯 엘리트 체전의 성적 못지않게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겨루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도 11연속 최다종목 우승을 일궜다. 생활체육대축전은 엘리트 체전과 달리 종합순위를 정하지는 않지만 제주도에서 열린 첫 대회부터 11년간 15개 시·도를 제치고 최다종목을 석권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도 생활체육 인구의 저변확대가 됐고, 이로 인해 기량이 출중한 동호인들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꿈나무들의 큰 잔치인 제40회 소년체전에서도 4년 만에 서울을 따돌리고 종합우승을 했다는 점은 앞으로 고교생이 출전하는 전국체전에서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로 이어져 경기체육의 앞날이 밝다 하겠다.
특히 올해는 이 같은 외형적인 성과 외에도 도체육회서 시·군체육회를 방문하며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유대관계를 가지며 도내 체육인들을 한 데 모으려고 노력한 것은 무엇보다 값지다 할 수 있다. 그동안 가맹경기단체에 편중했던 도체육회 행정을 31개 시·군체육회까지 확대함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또한 전국체전 개막을 앞두고는 전국 15개 시·도체육회를 순방, 여론을 수렴하며 준비과정을 설명하는 등 사전에 불만요소를 제거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경기도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경기체육은 올해 경기력에 뒤지지 않는 행정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말 직장운동부의 대규모 해체를 선언한 뒤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둔 용인시청 운동부가 예정대로 해체되고, 일부 시·군에서도 해체 또는 몸집 줄이기를 멈추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야 했다. 이와 관련, 시·군들은 경기도에서 운동부 예산의 일부를 지원해 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묵묵부답일 뿐이어서 자치단체장 의중에 따라 운동부 운명이 뒤바뀔 것으로 보여 가슴 아프게 하는 대목이다.
<2011. 12. 22 중부일보>
오창원 중부일보 문화체육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