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놀게하라, 새 시장이 열리리니…
율리 베커 리복 CEO 인터뷰
“붕붕 날아다니며 운동하라, 우리가 꿈과 재미를 줄테니…”
재밌게 날씬해지는 운동 ‘태양의 서커스’ 결합해 보급
“소비자가 원하는 것으로 시장을 만들어 상품 판다”
마이애미 비치(미 플로리다)=장원준 기자 wjj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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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복(Reebok)’은 원래 아프리카의 사슴과 동물을 뜻한다.
이 ‘사슴’은 빨리 뛰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명(同名)의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1890년 세계 최초로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을 만들어 ‘사람’을 빨리 뛰게 했다.
1980년대에는 사람 중에서도 ‘여성’을 뛰놀게 하면서 ‘초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몰아친 에어로빅 붐을 타고 리복이 최초로 출시한 여성용 에어로빅화는 미국 지사(리복은 원래 영국 회사였다) 매출액을 1982년 350만달러에서 1987년 140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5년 만에 매출이 4만 배로 뛴 것이다. ‘1986년의 리복’은 스포츠 브랜드의 절대적 강자인 나이키(Nike)를 세계 1위 자리에서 잠시나마 밀어내는 이변(異變)을 연출하기도 했다.
▲ 각 대륙에서 선발된 글로벌 인스트럭터 팀의 여성 전문 트레이너들이 공중그네모양의 플라이셋(Fly Set)을 붙잡고 ‘주카리 핏 투 플라이(JUKARI Fit to Fly)’의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 리복 제공리복이 이제 여성을 ‘날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200여 도시에서의 전석매진(全席賣盡) 돌풍으로 유명한 공연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와 손잡고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여성들에게 “서커스처럼, 어린 시절의 꿈처럼 그네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재미있게 날씬해지라”고 권하고 나선 것이다.
‘주카리 핏 투 플라이(JUKARI Fit to Fly·이하 ‘주카리’)’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초 한국과 미국·영국·스페인·멕시코·홍콩 등 전 세계 11개국에서 선보여 화제를 낳고 있다. 주카리(JUKARI)는 이탈리아 말로 ‘놀이’를 뜻하므로, ‘날기에 적합한 놀이’쯤으로 해석된다. 영국 더 타임스는 주카리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운동이 아닌, 놀이공원에서 360도를 도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며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리복의 이 프로그램에 대해 브랜드 마케팅의 거장인 데이비드 아커(Aaker) U.C. 버클리 명예교수는 “새롭고 흥미로운 실험으로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커 교수는 “태양의 서커스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전통 서커스와 현대 공연의 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개척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며 “바로 그 태양의 서커스가 이번에는 리복과 융합하면서 다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영학의 대가들이 입을 모아 ‘시장 점유율 높이기’보다 한 수 위의 전략이라고 추천하는 ‘새 시장 만들기’의 가능성이 주카리에서 엿보인다는 의미다.
1980년대의 에어로빅 마케팅이 ‘이미 생긴 파도에 절묘하게 올라탄 것’이라면, 주카리 마케팅은 ‘아예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겠다’는 공격적 전략이다. 또한 요즈음 화두인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펀(fun) 마케팅’도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프로그램을 총지휘하고 있는 율리 베커(Becker) 리복 CEO를 미국 마이애비 비치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마케팅 실전 전문가로 유명한 베커 CEO는 아디다스의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던 2004년, 그 유명한 브랜드 모토 ‘Impossible is Nothing’을 내놓았던 인물이다. 1990년 아디다스에 합류해 1998~2001년에는 아디다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했다.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합병한 다음 해(2006년) 리복의 구원투수로 옮겨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다 2008년 리복의 글로벌 CEO에 취임했다.
―당신이 보는 성공적인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첫째,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통찰(洞察)이 있어야 한다.
둘째, 브랜드가 실제로 소비자의 소원에 답하는 것이다.
그게 성공적 마케팅의 처음이자 끝이다. 특히 지금껏 다른 회사나 경쟁업체가 한번도 만족시켜주거나 대응하지 못했던 소비자의 희망을 통찰해낸다면 금상첨화이다. 그걸 끄집어내서 시장에 접목시키면, 대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주카리가 바로 좋은 예이다.”
실전 마케팅의 대가답게 그는 첫 질문부터 ‘주카리’의 홍보로 대답을 이끌어가려 했다. 그의 말을 잠시 끊고, “당신의 큰 성취 중 하나인 ‘Impossible is Nothing’이란 멋진 표현은 어떻게 짜내고 추진한 것인가”를 질문했다.
그는 “오늘 인터뷰는 리복에 관한 것만 하고 싶다”며 난감해했지만, “당신이 브랜드 마케팅에서 스토리를 중요시하듯이, 조선일보 Weekly BIZ도 기사에서 스토리를 중시하니 대답해달라”고 요청하자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그렇지, 스토리! 오케이”라며 흔쾌히 답을 이어갔다.
“우리는 당시 아디다스 브랜드를 대표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주문(呪文·mantra)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당시 상황에서 어떤 상징이 가장 명쾌한 그림을 사람들 뇌리에 그릴 수 있는지 천착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Impossible is Nothing’이었다.”
마케팅 대가란 ‘대중을 어떻게 설득할까’가 아니라 ‘대중에게 어떤 주문(呪文)을 걸까’를 고민하는구나…. 그런데 왜 당시에 그 주문이 그렇게 잘 먹힌다고 판단했을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당신은 육상에서 세계 신기록 보유자가 될 수도 있고, 학교에서 최고의 교사가 될 수도 있고, 동네에서 최고의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될 수도 있다.
그 가치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다만 당신의 재능이 어디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저 당신의 잠재력을 완전 연소(燃燒)시켜서 최선을 도출하면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런 재능의 연소에는 불가능이란 없고, 불가능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대중도 그런 메시지를 목말라 하는 것 같았지만, 당시에는 그걸 담아내는 멋진 말이 없었다. 우리는 ‘Impossible is Nothing’이란 그릇을 만들어 이 메시지를 뿌렸다. 더구나 이 모토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해낸다’는 스포츠의 일반적 맥락과도 잘 통했다. 그래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우리는 리복에서도 지금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리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이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한다. 더 날씬해지기 위해서다. 그들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정해져 있다. 날씬해지기다. 그 목표에 도달하면 행복해진다. 누구나 다 안다. 다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문제다. 지루하다. 전 세계 여성들이 모두 지루해하고 있다. 운동이 ‘일’처럼 느껴져서 결코 즐길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곳은 없었다. 그 빈틈을 우리는 봤고, 그래서 여성들이 그 목표로 가는 과정마저도 행복하게 해 드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 율리 베커(Becker) 리복 CEO는 Weekly Biz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불경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적절하게 교감하되 너무 나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의 뒤에 있는 사진의 모델은 ‘주카리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한국인 트레이너 우지민씨 / 마이애미 비치=장원준 기자■재미를 주입해야 살아남는 시대
―어떻게 하면 과정이 행복해지는가?
“재미를 ‘주입(注入)’하는 것이다.
체육관에서의 운동 체험 속으로 말이다. 우리가 오랜 기간 분석한 결과 재미에 대한 갈망은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시아든 전 세계 여성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루하게 날씬해지기’를 ‘신나면서 날씬해지기’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글로벌하고 타당한 통찰이었다. 일반적으로도 이제는 재미있지 않으면 선택당할 수 없고, 선택당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태양의 서커스와는 왜 손을 잡았는가?
“나는 처음 태양의 서커스를 봤을 때 대단히 큰 영감을 받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멋지고 아름다웠다. 태양의 서커스는 창조적 공연이었다. 우리도 창조적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관객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으라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즐기자는 공연이다. 우리도 소비자가 동참해 즐기기를 바라는 브랜드다. 둘의 DNA가 같은 것이다. 궁합이 잘 맞는 것이다.”
―그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손잡은 것인가?
“아니다. 이렇게 공연과 스포츠용품이라는, 따로 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분야가 협력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작업은 지금까지 거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존의 틀에서 독립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시장은 우선 이런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장(場)을 평가할 것이다. 또 여성들은 평소 좋아했던 태양의 서커스에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신날 것이다. 그냥 단순한 재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의 협력은 이런 큰 의미가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비슷한 것인가?
“그렇다. 여성들의 뇌리에 ‘태양의 서커스’가 흐르면서 이 프로그램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의 맥락이다.
사실 리복은 또 20여년 전에 여성들을 대상으로 에어로빅 마케팅이 크게 성공했던 놀라운 스토리가 있다. 여성의 신나는 운동이라는 스토리 라인이 형성되지 않는가? 또 그렇게 남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를 현실로 이끌어낸 경험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힘도 되는 것이다.”
그의 대답은 자신이 넘쳤지만, 사실 리복의 현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아디다스는 나이키를 추격하기 위해 2005년 8월 리복을 합병했지만, 신발 시장 점유율은 합병 이전이나 지금이나 9%선에서 횡보 중이다. 미국 CNBC.com은 “주카리가 실패할 경우 리복 브랜드는 생사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주카리에 대한 미국에서의 평은 “재미있다”는 의견과 “일반인이 하기에 어렵다”는 불만이 엇갈린다.
―주카리는 성공적 마케팅이 될까?
“그렇게 본다.
우선 소비자에 대한 통찰을 보자.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모든 어린이들은 날아다닌다. 그네를 타고도 날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도 난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날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운동을 할 때라도 모두의 가슴과 추억에 아로새겨진, 어린 시절의 날아다니던 꿈을 재현시켜보자는 것이다. 이건 그냥 희망 정도가 아니라, 소비자 추억에 깊이 각인된 희망과 맥이 닿는다.
둘째, 새로움이다.
이건 사상 처음으로 운동에 공중전(空中戰)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열심히 뛰는 지상전(地上戰)이나 열심히 수영하는 해상전(海上戰)이지 않았는가? 더 이상 트레드밀(treadmill·흔히 ‘러닝 머신’이라고 부르는, 회전식 벨트 위를 달리는 운동 기구)의 단조로움에 갇혀 있지 말자는 것이다. 비슷한, 아니 더 훌륭한 운동 효과를 내면서 더 재미있게 하자는 것이다.”
주카리는 공중그네와 비슷한 플라이셋(Fly Set)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상하좌우로 몸을 날리면서 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운동을 통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까지 사용하게 돼 ‘지상전’과 ‘해상전’보다 더 강력한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레이너들의 트레이너’로 유명한 우지인씨도 아시아 대표로 이 프로그램의 개발에 참여했다.
리복은 또 태양의 서커스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여성 스포츠 라인 ‘온더무브(On the Move)’와 ‘피너클(Pinnacle)’을 동시에 출시했다. 주카리에 맞는 새로운 의류와 신발, 가방들이다. 이 옷과 신발을 사서 착용하고 주카리를 즐기라는 마케팅이다.
■어려울수록 절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창조성을 발휘하라
―화제를 바꾸자. 지금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적 침체기이다. 현명한 경영자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시대에 경영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는 흔들리지 않는 인내(忍耐)이다. 절대로 공포에 질려서는 안 된다. 공포에 질리면 단기적 결정에 급급해서 장기적 결정을 망친다.
둘째, 이럴 때일수록 창조성(creativity), 독창적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현재의 경쟁에서 벗어나 당신을 한발 더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이런 시대일수록 더 소중하다. 세상은 이렇게 힘든 시기일수록 새로움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달라고 희망한다. 대중은 그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따라서 브랜드에 더욱 강하게 생명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아이디어에 투자한 기업들은 더 빨리 위기를 뚫고 나가고 빠른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런 기업들은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더 번창한다.
셋째, 현실적 타당성이다.
지금 이 시점의 소비자와 적절하게 부합해야 한다. 너무 나가지는 말라는 것이다. 내 생각에 삼성은 아주 좋은 사례이다. 휴대폰 등에서 매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적절하게 소비자들을 견인해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개를 빳빳이 위로 들어야 한다. 더 당당해야 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특히 스포츠 마케팅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선 지역적 타당성을 잘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시장 지배자이다. 크리켓 덕분이다. 크리켓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인도에서는 매우 매우 중요한 스포츠이고, 우리는 이런 공략을 잘했다. 글로벌 통찰력보다는 지역적 통찰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사례이다.
성별에 따라서도 마케팅에 차이가 있다. 스포츠용품 마케팅에 관한 한, 남성들은 야오밍 같은 스포츠 영웅이나 유명 인사를 내세운 마케팅이 잘 통한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여자 야오밍’보다는 체험과 흥미의 공유가 훨씬 더 중요한 요소이다. 리복은 여성과 운동을 연계시키는 분야에서는 창시자에 가까운 기업이니, 내 말을 믿어도 좋을 것이다(웃음).”
―네트워크가 좋다는 평을 듣는데, 인간관계의 비결이 있나?
“비결? 그런 건 없다. (웃음) 인간관계는 기계적으로 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되려고 한다. 내 철칙은 이렇다. 하는 일을 즐겨라. 즐겨야 비로소 당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다. 당신 자신에 솔직하되 성실하라. 참모습을 보이고 성실해야 남들이 당신을 따른다. 이게 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태양의 서커스’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마리오 드 아미코(D’ Amico) 수석 부대표 / 마이애미 비치=장원준 기자’태양의 서커스’ CMO 드 아미코 수석 부대표
“표만 판다고 마케팅 끝나나? 관객이 행복해져야 비로소 끝난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1980년대 초반, 캐나다 퀘벡시 인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스무 명 남짓한 주민들이 노래와 마술과 춤을 섞어 즐겁게 놀면서 구경꾼을 모은 것이 시초다. 서커스의 재미와 스릴, 연극의 스토리, 현대 공연의 세련미와 예술성을 혼합한 블루 오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금은 전 세계 30여 개국 200여 도시에서 ‘퀴담’, ‘알레그리아’ 등 17개 작품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7년 ‘퀴담’이 처음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태양의 서커스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마케팅을 총괄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마리오 드 아미코(D’Amico) 수석 부대표는 “한국 관객은 열정 면에서 아시아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정의(定義)한다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써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느끼도록, 가슴에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 모든 수단을 통해 흥미를 돋우도록 하고 결국 티켓을 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티켓을 사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티켓을 산 고객이 공연을 다 보고 나가며 행복하다고 느껴야 진정한 마케팅의 완성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태양의 서커스는 아주 새로운 예술 형태이다. 곡예와 광대 등 전통 서커스의 영감(靈感)에, 무용·음악·연극·조명·의상 등 현대적 세례까지 받았다. 그래서 현대적인 서커스, 동물이 등장하지 않는 서커스, 그러면서 인간의 탁월함과 예술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연으로 우뚝 섰다.
또 우리는 많은 색다른 사람들이 노닐면서 색다른 일을 창조할 수 있고, 색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장(場)을 열었다. 우리가 이런 융합의 장을 만들어낸 것이 비결이 아닌가 한다.
또한 우리의 쇼는 특정한 문화에 기반하지 않고 매우 넓은 보편성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뉴욕에서도 런던에서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행복과 감성이라는 보편성, 인류의 코드를 담고 있어서 세계적으로 향유된다. 매우 중요한 마케팅의 요소이다.”
―서커스는 영원불멸인가?
“내 생각에 사람들은 인간이 무대에 올라 엄청나게 놀라운 일을 하거나 놀라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을 보는 데에는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공연을 하든, 마술을 하든, 미모를 자랑하든 말이다.(웃음) 거기에 우리는 ‘차별화’, ‘신선함’, ‘영감’이라는 요소까지 가미했으니 실패하기 어렵지 않은가?”
―스포츠용품 회사와의 협력은 좀 뜻밖인데….
“우리는 계속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고객에게 가까이 접근하고 어떻게 하면 더 고객의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2007년 리복이 ‘여성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딱딱한 운동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신나는 운동을 만들겠다’며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을 때 우리는 목표의 교집합을 발견했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대고, 리복이 하드웨어를 대는, 지금까지 없었던 종류의 실험이었다. 난 남자라 잘 모르지만, 첫 아이가 낳기 어렵지 (웃음) 둘째 셋째는 쉬울 것이다. 앞으로의 협력은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리복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맺은 것인가?
“외부에는 밝힐 수 없다.”
―한국도 여러 번 방문했는데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한국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정말 인상 깊었고 감동적이었다. 한국인들은 매우 뜨거운 감성과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고, 또 그 감성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문가들은 그 점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