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워야-나로호 3대 교훈
인공위성 탑재 로켓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한·러 사고조사팀이 더욱 더 정밀한 조사를 해 봐야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26일 공식 발표로는 페어링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한다. 페어링은 인공위성을 감싸고 있는 원추형 덮개인데 인공위성을 진동과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동안 페어링의 분리 실험을 수 없이 반복하며 성능을 자신했었지만 발사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듯하다. 문제점을 파악해 다시는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1970년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일본도 네 번의 연속적인 실패 끝에 성공했을 만큼 처녀발사의 성공은 쉽지 않다. 처녀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11개국 중 3국에 불과할 정도다. ‘로켓 실패의 조건’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일본인 고다이 히로부미씨가 로켓은 실패하게 돼 있다는 주장을 펼 정도로 로켓 발사 실패는 흔한 일이다. 100% 성공하면 좋겠지만 우주 개발은 실패를 겪어가며 발전해 나가는 국가 사업이다.
나로호의 궤도 진입 실패 뉴스를 접하고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고다이씨는 비록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상당한 성공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결코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고도 300㎞ 이상을 날아갔다는 것은 발사체의 성능이 증명됐다는 것이고 페어링의 문제점은 교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날아가지도 못하고 발사대에서 폭발한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나로호 발사로 배운 점도 적지 않다.
첫째, 발사에 관련된 전 과정을 경험한 사실이다.
발사대 건설에서부터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관리하고 충전하는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우리의 자산으로 남았다. 그리고 발사 통제와 위성의 궤도 진입을 추적하는 레이더 시스템의 통합관리 실습은 앞으로 독자적인 우주 개발을 해나가기 위한 귀중한 공부가 됐다. 특히 발사대 건설은 러시아가 설계도면을 제공했지만 한국 독자의 건설 기술로 재설계해 러시아가 향후 기술협력을 타진할 정도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둘째, 로켓 발사는 100%의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상식을 배웠다.
여러 차례의 연기를 경험하면서 우주사업에서 발사 연기는 대단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셋째, 순국산 로켓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제1단 엔진이 러시아가 개발한 것이다 보니 러시아의 형편에 따라 발사 일정이 조정돼야 하는 답답한 현실을 절감했다. 2011년에 발사될 아리랑 3호의 주계약자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인데, 발사 비용을 저렴하게 내놓아 계약자로 삼았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면한 목표는 내년 5월쯤으로 예정돼 있는 제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로켓 발사가 실패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시키는 것이 기술진의 임무다. 그러면서 2018년쯤 목표로 잡고 있는 순국산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2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순국산 로켓의 개발이 완성돼야 진정한 우주개발 자립국이 될 수 있다.
로켓 개발은 10번 발사에 성공해야 비로소 안정화된 로켓 모델로 간주될 만큼 우주 개발은 긴장의 연속이다. 우리는 순국산 로켓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기술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우주 선진국들로부터 기술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우주 외교가 본격적으로 가동돼야 하고 자주 개발 능력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도 힘쓸 일이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우주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김경민 /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기사 게재 일자 200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