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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력은 같다-정신력을 북돋우는 것이 지도자
작성자
황병일
작성일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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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없음

선수들이 잘 때려서 나도 행복”광주=고석태 기자 kos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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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28 23:51
KIA ‘홈런 삼총사’ 지도한 타격코치 황병일
“제가 인터뷰를 한다는 자체가 영광 아니겠습니까? (김)상현이를 다시 만난 건 제게도 큰 행운입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스의 황병일(49) 타격코치는 “요즘이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 경북고와 건국대를 나온 그는 삼성과 빙그레에서 8년 동안 프로 선수 생활을 했지만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하지만 91년 코치가 된 이후 장종훈, 송지만, 이범호 등 뛰어난 타자들을 길러냈고, 올 시즌 김상현과 최희섭, 나지완 등 KIA의 20홈런 3총사를 배출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 코치는 주변의 칭찬에 대해 “코치는 선수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잘 돼서 코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낮에는 훈련하고 저녁에는 허물없이 얘기를 나눈다.’KIA 황병일 타격코치의 지도 요령이다. KIA는 황 코치의 손을 거친 김상현·최희섭 등이 타격에서 맹활약하며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황 코치는 2002년 겨울 LG 타격코치로 부임하면서 처음 김상현을 만났다. “원래 힘은 장사였어요. 잘만 키우면 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에 그해 겨울 정말 많은 훈련을 했죠. 그런데 2003년도 초반 홈런 7개를 치면서 꽃을 피우나 싶더니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재활 후 군대에 가면서 그대로 주저앉았죠.”

최근 김상현은 각종 인터뷰 때마다 ‘황 코치가 벼랑에 떨어진 나를 잡아줬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황 코치는 “내가 자기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 쉽게 소통이 되는 코치를 만났다고 느낀다는 것. 그는 “상현이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러다가 과거에 함께 고생했던 나를 만난 뒤 안정을 찾은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KIA의 최희섭과 나지완도 황 코치의 손을 거치면서 꽃을 피운 선수들이다. 작년 12월 공식 훈련을 할 수 없는 시기에 황 코치는 최희섭과 나지완·이재주·안치홍 등 6명의 타자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낮에 훈련하고 저녁에 함께 얘기하면서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게 했죠. 그랬더니 선수와 코치 사이에 교감이 생겼고, 결국 신뢰가 싹튼 겁니다.”

파혼과 슬럼프가 이어지며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면서 주위와 벽을 쌓았던 최희섭도 요즘은 황 코치를 가리켜 ‘아버지’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마음을 열었다.

황 코치는 자신이 조련한 선수들이 맹활약하는 비결에 대해 “프로야구 선수라면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선수들의 정신 자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올바른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게 지도자의 몫이고, 나는 그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