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서 흘린 땀’이 회사 키웠다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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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20 03:54
요즘 보험가(街)에서는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백두대간 프로젝트’ 성공이 화제다. 전 임직원이 지난 6년여에 걸쳐 백두대간 670km(북한 제외) 중 평균 높이가 1000m 이상 되는 구간을 다 훑은 것이다. 거리로 따지면 300km에 육박한다.
백두대간 프로젝트는
해병대와 재무부 산악반장 출신인 박종원(65) 사장이
공기업 문화에 젖어 나태해진 직원들의 도전 정신을 되찾기 위해 떠올린 야심 찬 아이디어였다.
코리안리는 민영화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직원들은 나태하고 느렸다.
박 사장은 “정부 울타리 속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탓에 직원들에겐
야성(野性)이 없었다”면서
“한계에 부딪혀 보려는 야성을 키우는 데엔 등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처음엔 “회사가 군대냐”며 반발하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빠질 궁리부터 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병원 진단서가 있어야만 빠질 수 있다”며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친목 도모나 이벤트 차원의 단순 산행이 아니라 모래알 같은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경영 방침이라며 밀어붙인 것이다.
전문 산악인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매년 8~9월 2박3일간 능선을 타는 행군을 묵묵히 해나갔다. 점심은 간이식량으로 때우고 밤에는 텐트 속에서 칼잠을 자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그리고 설악산까지 올랐다.
처음엔 다들 ‘설마 해내겠어’라며 부정적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직원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매년 한 차례씩 종주에 성공하면서 회사의 강도 높은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동화(同化)되어 간 것이다.
긍정적인 기업문화는 회사 경영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코리안리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0%(매출 기준) 이상 성장하는 중이다. 코리안리는 지난 6년간 백두대간을 종주해온 임직원들의 산행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들도 다음달 18일까지 종로구 본사 건물에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