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뺏긴 디즈니랜드최형석·경제부 cogito@chosun.com
기사 100자평(22) 입력 : 2009.11.21 02:38
최근 서울시의 한 공무원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중국 상하이에 미국 테마파크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그 공무원은 “3년 전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디즈니랜드 유치 프로젝트가 상하이에 막혔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서울시를 출입할 때만 해도 디즈니랜드 한국 유치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유치를 위해 서울시에 전담 부서가 운영됐을 뿐 아니라, 과천 서울대공원이 디즈니랜드 입지로 거론됐다.
서울대공원 측은 디즈니랜드가 들어오면 동물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부지를 물색하러 다녔다. 동물원 증축 계획도 디즈니랜드 유치 때문에 전면 보류됐었다. 국내 대형 놀이공원들도 디즈니랜드와 경쟁해야 한다며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3년 뒤 웃은 곳은 상하이였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지난 4일 선심 베풀 듯 디즈니랜드 건설을 허가해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에 앞서 16일 상하이에 먼저 들러 상하이 시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디즈니랜드 건설에는 최소 36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해외자본의 중국투자 역사상 단일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착공해 2014년까지 대규모 위락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테마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디즈니랜드 건설이 1조위안(약 18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즘 세계의 돈은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대놓고 비판할 정도로 ‘경제강국’이 됐다. 외자유치 측면에서 이웃나라 중국이 강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한국에는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수년째 외자유치·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80개 기업을 끌어들였다.
지난 4월 중국 22개 성(省) 중 한 곳인 광둥(廣東)성은 “10년 내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을 앞지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외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게 뺏길 것이 어디 디즈니랜드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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