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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종시-정운찬 총리에게 드리는 글
작성자
좌승희
작성일
20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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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없음

정운찬 총리께 드리는 편지좌승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기사 100자평(14)
입력 : 2009.11.24 02:48

▲ 좌승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정운찬 총리님,

세종시 대안 마련에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다 국가의 장래를 내세우고 정치적 약속이니 신뢰니 하는 미사여구를 쓰면서 물러설 줄을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훗날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세종시 문제의 진실을 한번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은 한국에서 제일 못사는 저의 고향 제주도 한경면이나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전북 전주나 경기도 연천군 등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잘산다는 총리님의 고향인 충청남도에 최첨단 도시를 건설해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답을 할 수 있어야 원안이든 대안이든 추진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시 계획은 중앙정부계획이라 하지만, 실상은 전국 15개 광역시·도가 세금을 내서 한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충남에 첨단 명품도시를 지어주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럴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이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약속과 신의를 얘기하지만 15개 시·도민의 주머니를 마음대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다는 대단히 잘못된 발상의 결과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시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세종시가 왜 행정도시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총리께서는 행정도시로는 자족도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 하시지만, 이것은 논점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족 여부에 관계없이 행정기능이 왜 세종시에 내려가야 하느냐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이 도시의 출발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하게 되고, 따라서 도시건설을 여기서 중단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통일시대까지 생각하면 행정수도기능은 오히려 북쪽으로 이동되는 것이 더 상식에 맞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행정기능의 분할에 따를 비효율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세종시를 행정도시화하는 것 자체의 정당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면 행정도시가 아닌 세종시를 ‘균형발전’을 이유로 충남에, 그것도 연기군에 건설해야 할 명분이 있나요? 이 주장은 더더욱 정당화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충남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일인당 생산과 가장 빠른 성장을 향유하는 지역으로, 오히려 다른 지역을 도와줘야 균형발전의 이념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이런 발상에 반대합니다만….

국민들은 이미 5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된 도시건설을 그만두라니 말도 아니라고 생각하시겠죠. 경제학의 철칙 중의 철칙인 “과거투자는 미래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매몰비용원리를 상기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이 일을 저지른 정치인들은 그 정치적 배경은 숨긴 채 그래도 연기군이 훌륭한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겠죠.

그렇다면 왜 기업이나 대학들 중에 솔선해서 옮기겠다는 신청자들이 안 나올까요? 원래 갈 마음이 없는 대학이나 기업들을 끌어들여 계속 남아있도록 인센티브구조를 구성하기도 어렵지만 다른 지역이나 대학·기업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도시형성은 복잡계의 자기조직화과정이라 합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지속가능한 자족도시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세종시 문제의 정답은 지금 이 시점에서 중단하고 이로 인해 그동안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본 지역민들에게 보상이나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 하시겠지만 올바른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정파나 이념적 논쟁보다 원칙과 진실을 명확하게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문제제기가 총리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는지를 국민들이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