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사람이 더 뛰어나다 삐져나온 못은 더 삐져나오게 하라
입력 : 2010.01.09 03:14
‘즐거운 직장’ 日 호리바제작소의 창의 경영“나와 같은 생각하는 직원에게선 월급 돌려받고 싶다”창업자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 사원개성 북돋아 혁신 이끌어내회사 社訓도 ‘재미있고 즐겁게’
사람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회사에 바친다. 나이로 보면 보통 20세 전후부터 50~60세까지 30~40년이다. 이 기간에 회사는 말하자면 그 사람의 인생을 독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루 24시간을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24시간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대를 회사가 독점한다.
그렇게 중요하고도 긴 시간을 바치는 회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마지못해 회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지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렇다면 회사를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면 어떨까?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에 오면 정말로 즐겁다’, ‘내일도 다시 회사에 와서 재미있는 일을 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일터를 만들 수는 없을까?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회사가 있다.
세계 1위 분석-계측 장비 업체이며, 전 세계 자동차 배기가스 계측기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호리바제작소가 그곳이다. 교토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전후 일본 최초로 설립된 벤처기업 중 하나로, 일본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은“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바치는 회사라면 재미있고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역시 기자와 다과를 함께 들면서‘재미있고 즐겁게’했다.
교토에는 ‘교토식 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성적인 경영자들이 많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인 호리바 마사오(堀場雅夫ㆍ85) 최고고문은 그중에서도 특히 개성이 특출난 인물이다. 그의 남다른 개성은 독특한 어록에 잘 나타난다.
그의 말들은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튄다.”모난 사람이 모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삐져나온 못은 더 삐져나오게 하라.””남의 말을 듣지 마라.””싫으면 관둬라.”그는 혁신을 먹고 사는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이 회사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개성과 창의를 살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일생에 걸쳐 실행에 옮겼다.이를테면 이 회사는 신입사원 면접 때 “귀하는 다른 사람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호리바제작소 교토 본사의 엘리베이터에 이 회사의 사훈(社訓)인‘재미있고 즐겁게(Joy and Fun)’가 크게 쓰여 있다. /호리바제작소 제공
기자는 지난해 말 교토의 호리바제작소 본사를 방문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벽면에 그 유명한 이 회사의 사훈(社訓)이 잔뜩 흘려 쓴 초서체로 쓰여 있었다.’재미있고 즐겁게(おもしろおかしくㆍ재미있고 엉뚱하게로 번역하기도 한다)’엘리베이터에 오르니 바닥 카펫에도 같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장난스럽게도 보인다. 하지만 영어로 ‘Joy and Fun’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전 세계 5500명 호리바 직원들의 DNA로 자리 잡았다.이 회사는 곳곳에서 재미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연수원 이름은 ‘펀 하우스(Fun House)’이다. 또 인터뷰에 앞서 호리바제작소의 회사 소개 팸플릿을 받았는데, 제호가 ‘Abiroh’라고 돼 있다.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호리바(Horiba)를 거꾸로 쓴 것이라고 한다.
내부의 입장에서만 회사를 보지 말고, 외부(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라는 마음자세를 나타내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는 스스로를 가리켜 ‘호리비언(Horibian)’이라고 부른다.
■삐져나온 못은 더 삐져나오게 하라호리바 최고고문은 체크무늬의 짙은 회색 재킷에 은회색 넥타이와 행커치프를 하고 있었다. 백발의 머리는 뒤로 묶어 넘겼다.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었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스타일이다.
지금 일본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이유로
‘따라잡기 정신’이 지목되는 등
일본 사회에서도 개성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재미있고 엉뚱하게’를 외친 호리바 고문의 생각은 당시로선 이단에 가까웠다. 일찌감치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의학을 공부한 뒤 인생관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 호리바제작소가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의 반생(半生)을 영어판 만화로 제작해 외국인 사원들에게 배포한 책자의 표지. /호리바제작소 제공
그는 원래 물리학을 전공했고, 교수가 되려 했지만, 2차대전의 발발로 학업을 접어야 했고, 1945년 호리바제작소를 창업했다. 그는 종업원들의 자기 발전을 위해 박사 학위 취득을 장려했고, 자신도 의학을 공부해 의학박사가 됐다.
1961년의 일이다.”그전엔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학을 공부하면서 생명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깨닫게 됐습니다. 생명은 모든 활동을 자동적으로, 정밀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과학으로는 간단히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귀중한 생명이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을 동안 하는 일이 모두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 오면 정말 즐겁다’, ‘호리바에서 일해서 좋다’, ‘내일 또 재미있는 일을 하자’, 종업원이 이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호리바에 관계된 모든 기업이나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이란 늘 즐거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특히 경영자가 아니라 종업원이라면 때로는 싫은 일도 해야 하죠.”그렇습니다. 하지만 일이 늘 그렇게 재미없기만 하다면 20세부터 80세까지 일할 수는 없겠죠.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기본적으로 ‘일은 힘든 것’이라고 세뇌돼 있어요. 이것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사람이 뭔가 일을 하면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것도 일을 하면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죠.
참 바보 같은 말입니다.뭔가 재미를 찾아보면 반드시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루한 일이라도 ‘남이 10시간 걸릴 일을 나는 3시간에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면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기술자 출신이라 연구개발이 적성에 맞고, 세무서나 은행 가는 일 같은 건 싫어합니다.
하지만 세무라는 것도, 예를 들어 세무서가 부당한 세금을 부과했을 때 ‘세무서를 한번 이겨보자’고 작정하고 세법을 열심히 공부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없는 일 왜 해야 하나’ 라고만 하지 말고 찾아보세요. 그러면 반드시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끊더니 “일단 먹고 하자”면서 연녹색의 말차(抹茶ㆍ가루 녹차)와 양갱을 권했다. 그래서 호리바 고문을 비롯한 배석자들 모두 잠시 다과를 같이 들었다. 이 인터뷰 시간 역시 모두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 돼야 한다는 배려가 느껴졌다.
▲ 사진으론 잘 안보이지만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은 백발의 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 꽁지머리 스타일이다.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스타일이다.
그는 직원들에게“내용으로 승부하기 전에 겉모양으로도 승부해야 된다”며“멋쟁이가 되어라”고 말한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말씀하신 것은 종업원의 마음가짐을 말씀하시는 것인데, 회사도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그렇습니다.
기업도 종업원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재미있고 즐거운 체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상사부터가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중시합니다.
우리의 교육이나 제안제도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그는 종업원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은 결국 종업원뿐 아니라 회사에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째, 재미있게 일하면 일의 능률이 오릅니다.
누가 시켜서 마지못해 할 때보다 2~3배 능률이 오르죠. 그래서 10명이 하던 일을 4~5명이 할 수 있어요.
둘째, 일이 즐거우면 피곤해지지 않습니다.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돼버립니다. 마치 즐겁게 술을 마실 때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고 종업원 월급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경영의 기본이란 ‘모든 종업원이 어떻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 호리바 아쓰시 사장
■일은 열심히 하더라도 여유는 잃지 말자기자는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과 별도로 그의 장남이자 호리바제작소의 3대 사장인 호리바 아쓰시(堀場厚·61) 사장을 따로 인터뷰했다. 개성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은 아버지 판박이였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외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콧수염과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었다. 그는 “일은 열심히 하더라도 여유를 잃지 말자, ‘놀이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의미에서 수염을 기른다고 했다.그에게 호리바제작소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 세 가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째, 이익보다 사회에의 공헌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같은 개발 회사로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매출이나 이익은 그 결과로 나온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인재를 중시합니다.
우리는 종업원을 생산을 위한 재료 중 하나, 즉 ‘재(材)’ 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소중한 재산, 즉 ‘재(財)’로 봅니다. 특히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소중히 여깁니다.’긴타로 사탕(일본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긴타로라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본뜬 사탕)’이란 사탕이 있는데 아세요? 긴타로 사탕은 어디를 잘라도 늘 똑같은 얼굴 모양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획일화된 사람보다 개성을 중시합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를 중시합니다.”그의 아버지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은 2003년에 쓴 〈남의 말을 듣지 마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그 월급을 내게 달라고 말하고 싶다.”
호리바 사장은 호리바가 다른 회사와 다른
세 번째 특징으로는 ‘재미있고 즐겁게’라는 사훈을 꼽았다.
“우리 정도 규모의 회사가 지금처럼 광범위한 상품을 세계에 팔려면, 일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크리에이티브한 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가슴에 네모난 검은색 배지를 달고 있었다. 거기엔 영어로 ‘블랙잭(BLACKJACK)’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내 제안 제도인 ‘블랙잭 월드컵’에서 우승한 직원은 이것과 똑같은 배지를 받게 된다.
카드 게임의 일종인 블랙잭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블랙잭 게임에서 가장 높은 숫자가 21이어서 21세기, 즉 미래를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랙잭 제도는 이렇게 운영된다.
누구나 업무에 관련해 제안할 내용이 있으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다. 그러면 그 제안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직원 누구나가 댓글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팀이 만들어지고 업무 개선이 추진된다. 말단 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매달 지역별로 우수 제안 발표회가 열리고 1등을 뽑는다.
연말에는 일본,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 대표가 모여 발표하는, 블랙잭 월드컵이란 세계 대회를 치른다. 지난해 11월엔 전 세계 1400개의 제안 중 8팀이 경합했는데, 싱가포르 법인 직원이 외국인 직원 최초로 일등상인 블랙잭 배지를 받았다.
■사내 제안제도는 카드 게임의 이름을 따서 ‘블랙잭’기자가 호리바 아쓰시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마침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블랙잭 제안 발표회에 참석해 5팀의 보고를 10분씩 받고 오는 참이라고 했다.
그는 블랙잭 시상에 대해 “상금은 없지만 명예”라며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오너의 마음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 회사엔 이밖에 종업원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게 만들기 위한 독특한 제도가 많다.
예를 들어 매달 한 번씩은 그달에 생일을 맞은 사원들이 모두 모여 생일 파티를 연다. 호리바 마사오 고문도 이 행사만큼은 꼭 참석한다. 약 10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신입사원부터 나이 든 주부사원까지 호리바 고문에게 다가와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는다.
직원들은 호텔 케이터링 서비스가 제공하는 최고급 음식을 대접받는다. 이 파티엔 과장이나 부장 등 중간 관리자는 참석할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아래로는 사원급, 위로는 임원 이상만 참여가 가능하다. 일반 사원이 경영진과 만나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 호리바제작소가 매달 한 번씩 갖는 생일 파티에서 호리마 마사오 최고고문이 젊은 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호리바제작소 제공
직원들은 매년 연말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을 글로 써내고,
회사는 가급적이면 그 희망을 존중해 준다.
직원들이 하고 싶어 벌인 일이 실패하더라도 ‘감점(減點)’하는 일은 없고, 잘하는 일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가점(加點)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직원들이 전화받기처럼 본래 업무와는 관계없는 업무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타임제’를 도입했다.
설계부문의 경우 오전에는 전화 수신 담당 부서를 따로 두어 전화를 받게 했다. 그러자 한 달 만에 설계부문의 리드타임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 회사는 호텔급 시설을 자랑하는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2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수원을 크게 증축했다.
수용 인원을 50명에서 120명 규모로 크게 늘린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크게 강화해 ‘호리바 대학’이라는 사내 대학을 만들었다. 약 100개의 과목이 있는데, 모두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개설했으며, 직원들 스스로가 강사가 된다.호리바 사장은 인재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표현한다. “건물이나 공장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돈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에 깃든 신뢰감의 조그만 차이가 경쟁력의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그의 말은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말을 연상시킨다. 옌센은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인재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현대 회계시스템은 잘못됐다”면서
“기업 자산에서 회계에 반영되지 않는 인적 자산의 비중이 90%”라고 말했다.호리바 사장에겐 보이지 않는 인적 자산의 가치가 몇 %나 될까? 이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80% 정도”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급변하는 세상이므로 사람이란 부분이 약하면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브랜드가 중요하지만 브랜드 력(力)이란 것도 사실 사람에서 비롯되죠.”
■다양성을 중시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에게 아들인 호리바 아쓰시 사장 취임 후 17년 동안의 경영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부탁하자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호리바제작소는 22개국에 진출해 공장을 짓기도 하고, 외국 회사를 M&A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5500명의 종업원 중 57%가 외국인이다. ‘개방과 공정’의 인사 원칙은 외국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 일본인 사원과 외국인 사원을 동등하게 취급한다.
지난해엔 프랑스인 2명과 미국인 1명 등 3명의 외국인을 본사 집행임원으로 발탁했다. ‘세계화는 지역화’라며 해외 자회사에 일본식을 강요하지 않고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한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은 해도 어디까지나 일본이 중심이고 해외는 자회사에 머무는 다른 일본 기업들과는 크게 구별된다. 호리바제작소의 개방적인 사풍(社風)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호리바제작소의 M&A 전략은 저가 생산 노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호리바가 갖지 못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우호적으로 인수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M&A 추진 과정에서 호리바의 개방적 기업 문화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리바 아쓰시 사장은 “1996년 프랑스의 의료기기 메이커를 인수할 때 우리 사훈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을 가졌기에 너희 회사를 인수한다, 우리는 개성과 창의를 중시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너희는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설명하니 잘 이해해 줬다”고 말했다.
■실패란 포기할 때 비로소 시작호리바 최고고문은 벤처기업 육성 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교토경제동우회의 벤처 비즈니스 육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국 이노베이션 추진기관 네트워크’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助言)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기술만으로는 안됩니다.
시장화, 상품화해야 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버전을 내놓는 계속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익이 나야 하고, 계속 자금이 필요합니다. 어느 하나가 빠져서도 안 되는 힘든 일입니다.둘째, 큰 결심을 해야 합니다. 죽어도 해보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한번 해보지 뭐’ 이렇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경영자에겐 철학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버려도 포기할 수 없는 철학을 가지고 모든 것을 걸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셋째, 실패란 하던 일을 그만둘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실패의 원인이 하던 일을 그만둔 데 있다니 재미있지 않습니까? 야구에 9회말 역전이 있듯이 인생도 죽기 전까지 계속하면 기회가 옵니다.
그런데 10명 중 9명은 중간에 그만둬요. 죽도록 열심히 하면 주변 사람들도 감복해 도와주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손을 내밉니다. 도와주는 하느님의 손이 오기도 전에 그만두면 안됩니다.”1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호리바 최고고문이 따라나왔다. 사무실 앞 복도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면서 필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같은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호리바제작소는1945년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이 교토대 재학 중에 창업한, 일본 최초의 벤처기업 중 하나. 1950년 일본 최초로 유리전극식 pH(산성도) 측정기를 개발하면서 급성장했다.
그 후 자동차 배기가스와 수질, 대기오염 측정 장치, 반도체 시스템 기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주력제품인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장치(승용차나 대형 트럭의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으로 나오는지 측정하는 장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13개 계열사가 있으며 연결 기준으로 2008년 매출은 1342억엔(약 1조7000억원), 종업원은 약 5500명이다.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5%를 차지한다.호리바 고문은 임직원들에게 창조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1974년에 자신의 인생관이기도 한‘재미있고 즐겁게’를 사훈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그러나 “유치하다”는 임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래서 한동안 이 문제를 그대로 덮어뒀다. 그러나 그는 1978년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임 조건으로 ‘재미있고 즐겁게’를 사훈으로 정해줄 것으로 요청해 결국 사훈으로 삼게 됐다.호리바 아쓰시 사장은 개성 중시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계승하는 한편, 과학적이고 시스템적인 경영을 접목했다.
복잡한 글로벌 조직의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3차원 매트릭스 조직(업종별, 분야별, 기능별)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공장에는
전 근로자의 업무 진척도를 나타내는
컬러 표시 장치를 설치해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공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