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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신과 싸워라-1등의 길
작성자
김연아
작성일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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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없음

2등의 역설 [중앙일보] 기사
나도 한마디 (2)
2010.03.01 19:49 입력 / 2010.03.02 0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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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마라톤 우승 후보는 원래 아르헨티나의 후안 카를로스 자발라였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그는 처음부터 무섭게 치고 나갔다.

그를 따라잡으려고 바짝 뒤쫓은 게 우리 손기정 선수다. 이를 의식했는지 자발라는 점점 더 속도를 냈다.

그때 2위 그룹에서 함께 뛰던 영국 선수 어니스트 하퍼가 금쪽같은 충고를 던졌다.

“그는 곧 지칠 겁니다. 천천히, 꾸준히 뛰세요.” 그 말에 손 선수는 자신의 평소 속도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리한 자발라는 28㎞ 지점에서 추월당한 뒤 기권하고 말았다.

금메달은 결국 손 선수 차지가 됐다.

장거리 경주에서 1등으로 달리는 주자는 2등 주자보다 세 배나 더 힘들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추격자를 견제하며 뛰는 선두의 자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터다. 자발라는 거기서 졌다. 반면 손 선수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충실한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얻기도 지키기도 힘든 만큼 1등이 주는 보상은 크다.

2, 3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올림픽에 나가 2등을 하면 은메달은 딴다. 그러나 정치에서 2등을 하면 잊혀진다”며 정계의 냉혹함을 지적했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2등도 선거에서 지는 것 못지않게 괴로울 수 있다. 차라리 동메달 선수가 은메달 선수보다 더 행복하다는 ‘메달의 심리학’이 나왔을 정도다.

토머스 길로비치(코넬대) 교수팀이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은·동메달 수상자들의 시상식 표정 등을 분석해 발표한 이론이다. 동메달의 경우 ‘노 메달’을 벗어난 것 자체에 만족하지만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금메달을 놓친 분함을 떨치지 못하더란 거다. “세계에서 단 한 명만 빼고 모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죽도록 괴로워하는 2등의 역설”(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이다.

어제 폐막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친 우리 선수단이 오늘 돌아온다.

1등의 기쁨을 맛본 이도 있지만 2등 혹은 그 이하 성적으로 아쉬워하는 선수가 많을 게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좌우명마따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영원한 1등도, 2등도 없으니 오만하지도 낙담하지도 말고 또 한번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에겐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당신들 모두가 1등이요, 금메달감이다.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