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높은 2만달러 벽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 100자평(7) 입력 : 2010.03.27 03:00
작년 고환율 여파… 1인당 국민소득 감소
“투자 늘리고 규제 칸막이 없애야”
2007년 2만달러를 넘겼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1만7000달러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1735달러를 기록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어섰고, 12년 만인 2007년 2만1695달러로 잠시 2만달러를 넘었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듬해 다시 1만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과거 2만달러를 달성한 선진국들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가 되기까지 평균 10.1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15년을 넘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작년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7175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기 위해선 실질 생산이 증가하면서 소득이 늘어나든지, 물가가 오르든지, 원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 증가하고 물가도 3.4% 올랐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들었다.
경제 성장률이 4~5%의 회복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작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환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 이상으로 확실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에 기대서 1인당 국민소득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환율 때문에 국민소득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일반인이 느끼는 삶의 질과는 연관이 거의 없다”며
“수출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부문을 키워야 환율 변동의 영향이 줄어드는 안정적인 소득 증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2만달러 달성 국가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달성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R&D(연구·개발) 투자 등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급감한 투자를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1991~1997년 연평균 13.9%에서 2000~2009년 연평균 9.6%로 급감했다.
선진국들이 2만달러 달성 이전 10년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이 8%인 것과 비교하면 높지만,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급락해 미래 성장 동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2만달러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선 물적 투자뿐만이 아니라 규제 칸막이를 없애고 노사·계층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등 사회적 투자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