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 이후 삼성전자에 무슨일이
2010-06-30 18:51 2010-06-30 23:42 여성 | 남성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4’가 발표된 지난달 8일.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예고도 없이 ‘갤럭시S’라는 맞수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20년 역사를 총집결했다”고 선언할 정도로 자존심을 내걸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일부러 아이폰 발표일에 맞춰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촉발된 ‘애플 쇼크’를 의식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애플 쇼크 이후 삼성전자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 제품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갤럭시S 개발의 주역을 만나 개발 뒷얘기를 들어봤다. 무선사업부의 김학상 플랫폼 개발팀 상무와 안원익 소프트웨어 플랫폼 1그룹 수석이다. 각각 갤럭시S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 실무 총책임자다.
갤럭시S 개발 태스크포스(TF) 팀은 아이폰 국내 상륙 직전인 지난해 10월경 꾸려졌다. 이들은 ‘갤럭시’란 이름으로 일단 하드웨어만 설계해 봤다.
운영체제(OS)에 대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김 상무는 “여러 OS를 하드웨어에 적용해봤는데 소비자와 통신 사업자가 원하는 건 과연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TF팀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과거 휴대전화 개발팀과는 확실히 달랐다. 대표적인 변화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던 가이드라인이 유연해진 점이다.
안 수석은 “과거에는 제품 개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고 바뀌지 않아 이에 따르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계속 변했다”며
“개발 초기부터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의 파워 유저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계속 개선했다”고 말했다. 제품의 터치 느낌, 소모 전력량 등은 모두 소비자 반응에 따라 개선한 부분이다.
현재 갤럭시S의 디자인은 초기 모델에서 7번이나 바뀐 모습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상품기획과 영업 담당 부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제품 발표 시점은 어느 정도 정해진 가운데
개발 방향이 계속 바뀌다보니
개발자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안 수석은 “해외 파워 유저들로부터 1000건에 이르는 피드백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도 있었다”며 “이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고르고 관련 팀과 수정 여부를 논의해야 해서 부담이 가중됐다”고 털어놨다.
● 보고서가 줄고 대면회의 늘어
유연한 제품 기획을 빠른 생산과 병행하는 건 사실 모순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의사결정과 보고 과정을 단순화했다.
김 상무는 “예전에는 실무자가 임원에게 잘 정리된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정제가 덜 된 자료를 놓고 실무자들과 함께 모여 논의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보태자는 각오였다.
TF팀 사무실은 늘 ‘지하 벙커’처럼 긴박감이 흘렀다고 한다.
대형 현황판을 걸어놓고 임원이나 실무자 할 것 없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문제가 생기면 해당 사업부 담당자를 데리고 와서 현황판을 보여주며 의견을 구했다.
일대일로 이뤄졌던 의사소통 방식은 전방위적이고 동시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해외 법인 직원들과 개인적으로 e메일을 보내 자료와 의견을 공유했지만 이제는 팀룸에 각종 자료와 정보를 다 올려놓고 전파한다는 것. 김 상무는 “제품에 변화를 줄 때는 해외 사업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알도록 공지했고 거꾸로 해외에서 팀룸에 올리는 요구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갤럭시S’는 삼성에게 ‘빅 점프’
삼성전자에서는 갤럭시S가 삼성 휴대전화의 ‘빅 점프’라고 입을 모은다. 그 파장이 애플의 고향인 미국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갤럭시S 시연 행사에서는 대대적인 판매 계획을 공개했다. 아이폰이 AT&T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갤럭시S는 버라이존,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미국의 4대 이동통신 사업자 모두를 통해 판매키로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신종균 사장은 “4대 통신사업자 모두에 한 모델을 공급하는 것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 갤럭시S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놀랄만한 성공을 거둘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특파원 higgledy@donga.com
tn원=조은아기자 ac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