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가 표착(漂着)한 소인국 릴리퍼트(Lilliput) 주민의 키는 15㎝ 정도다. 반대로 거인국(巨人國) 브로브딩나그(Brobdingnag)는 쥐꼬리 길이만도 180㎝나 된다. 작가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쓸 때 소인국 사람의 신장을 보통 인간의 약 12분의 1로, 거인국 주민의 키는 보통 사람의 12배로 설정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나 시인 키츠의 키 150㎝, 덩샤오핑(鄧小平)의 151㎝는 소인국 사람보다 10배나 크다. 155㎝의 흐루시초프, 158㎝의 피카소, 162㎝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탈린, 165㎝의 나폴레옹과 넬슨 제독도 큰 편이고 유성룡(柳成龍)의 ‘군문등록(軍門謄錄)’에 보이는 조선시대 남자의 평균 키 152.7㎝도 작은 편은 아니다. 링컨의 193, 카사노바의 200㎝를 비롯해 공자의 220, 꺽다리 4인방인 유비(215), 제갈공명(240), 장비(240), 관우(270)의 키도 거인국 거인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골리앗은 무려 335㎝였다고 했던가.
그런데 ‘12세 소녀의 신비’라는 게 있다. 신생아는 남아가 여아보다 0.08인치(1인치→약 2.5㎝)크고 2세 땐 남자가 여자보다 0.32인치, 6세와 8세 땐 0.8인치 크다. 남녀 신장 차이는 14, 16, 18세로 갈수록 각각 1.2인치, 4인치, 5.2인치로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4세 때는 남녀 차이가 없고 12세 때만은 반대로 여자가 남자보다 0.8인치 크다는 게 인체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체중도 출생 때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남자가 여자보다 줄곧 무겁지만 12세와 14세 때만은 여자가 남자보다 각각 3파운드와 0.9파운드 무겁다는 것이다.
아무튼 체격과 체중보다는 체력이 중요하다. 청소년의 체격은 커졌는데 체력은 떨어졌다는 교육부의 초·중·고생 체력검사 결과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체력은 국력뿐 아니라 삶의 동력이다. 동력이 떨어진 머리에 튼튼한 정신이 담기긴 어렵다./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