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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학생중심의 체육대회 (이홍구 경기대 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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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중심의 체육대회

어느 초등학교 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군대 훈련생들처럼 가지런히 줄 세워져 있는 체육대회 참가 초등학생들이 교장선생님과 운영위원장님 등의 선생님들에게 군인들이 ‘충성!’하며 지휘관을 향해 경례하는 것 처럼 ‘하나 둘!’로 구호를 외치며 똑같이 박자를 맞추어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는 현장을 얼마 전 목격할 수 있었다.

  3,40 여 년 전 우리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체육대회의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은 장면을 확인하면서 군대문화의 망령들이 아직도 체육 현장에 뿌리 깊게 박혀 사라질 줄 모른다는 사실에 난감한 심정이 들었다.

 학생들의 체육복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웠으며 운동장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녹색의 인조잔디가 깔려있었지만 시설 문제가 아닌 시설을 활용하는 우리들의 소프트웨어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과거의 구습에 고정 돼 있는 것이 문제라 여겨졌다.

몇 해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경험했던 초등학교 체육대회의 장면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캐나다의 그것이 우리들 체육보다 반드시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체육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캐나다의 초등학생들이 그날의 체육대회 프로그램을 통해서 체육활동을 훨씬 많이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캐나다 초등학교 체육대회 프로그램에는 군대 연병장에서의 의식같은 개회식도 없었고 참가 아이들을 장시간 줄 세워 힘들게 하는 일도 없었으며 단지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내내 미리 잘 조직된 소규모의 다양한 뷔페식 체육대회 프로그램을 옮겨다니며 신체활동을 맘껏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체육대회의 주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학생들이 하루 종일 즐거운 체육활동을 쉼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주인공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장점으로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도 몇몇 소수 권위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전체 학생들을 그들이 보기좋게끔 줄 세우고 학생들은 대회 내내 한 두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체육대회 프로그램에서 다른 학년들의 체육활동을 객석에 앉아서 구경해야하는 갤러리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양적 또는 질적 비교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체육활동이 아름답고 즐거우며 행복한 경험을 가져다주는 문화 요소 라면 캐나다 초등학교에서의 체육대회 프로그램과 시설은 아이들에게 그 이상 최선의 방법이 없다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체육도 문민활동으로서 시대의 변화에 합당한 학생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절실하다고 본다. 군대는 전쟁을 수행할 조직이고 지휘관의 위계를 연병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체육은 참여자들이 행복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으면 최선인 문명화된 문화활동이다. 더 이상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며 군대를 흉내 내는 구시대적인 행태가 없어지길 바란다 ■

이홍구 경기대 교수

<2007. 7. 3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