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체육 미래를 준비하라
제89회 전국동계체전이 경기도의 종합우승, 사상 첫 7연패로 끝이 났다. 이번 동계체전은 역대 최고 점수와 최다 메달의 성과를 올리며 도 동계체육 역사상 강원도에 금메달 수에서도 앞서는 완승을 거뒀다. 이제는 겨울철 스포츠도 경기도가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가 종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는데다 그에 따른 전종목 고른 전력, 그리고 2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 지원 등 ‘삼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또 초·중·고를 담당하고 있는 도교육청도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애쓰는 등 도체육회와 함께 경기 체육의 밑거름을 제공했다.
도내 시·군체육회 실업팀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29개 시·군 32개 종목에서 모두 1천여명(지도자 포함)을 육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도체육회 예산은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를 포함해 2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하계 체전에 비해 동계 체전 종목들은 늘 불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빙상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제외하고 스키(알파인, 크로스컨트리, 피겨)나 컬링은 아직까지 변변한 실업팀 하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종목은 실업팀이 없어 학생부에서 졸업한 유망주들이 타 시·도로 빠져나가고 있고 일반부 선수들도 대우가 좋은 타 시·도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컬링이다. 도컬링은 이번 동계체전에서 남녀 중·고등부 및 일반부 등 6개부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며 3년 연속 종목 우승과 함께 도가 종합우승 7연패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즐비한 여일반부(도체육회)는 최근 강원도로부터 정식 영입 제의를 받는 등 난항을 겪고 있어 도내 실업팀 창단이 시급하다.
도체육회 선수들은 일반 실업팀 선수들처럼 정식 보수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이 우수선수 육성금을 받으며 훈련하는 선수들로 대회 출전비 등 별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여건에 머물러있다. 당연히 타 시·도 스카우트 제의에 응해 언제든지 도를 떠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도의 동계체전 ‘라이벌’ 강원도는 내년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를 강릉에 유치, 컬링 여자실업팀 창단을 준비중이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또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도체육회 컬링팀을 데려갈 묘수도 찾고 있다. 컬링도 문제지만 스키도 마찬가지다. 알파인의 경우 지난해까지 경기도 선수로 활약한 오재은이 국민대 졸업 후 실업팀이 없어 강원 하이원으로 이적했다. 오재은은 이번 대회 4관왕에 오르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물론 직장팀을 창단하기 위해선 또다시 예산을 짜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 문제는 해당 종목 전무이사가 담당해야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체육회 담당자만을 부추겨서도 될 일이 아니다. 도체육회와 해당 전무이사, 도청 체육진흥과와 해당 시·군체육회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신창윤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차장
<2008. 2. 29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