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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심한 고집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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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고집

2008년도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섰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갖가지 문제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이런 때에 몇 명의 지인들이 모여 간만에 술잔이라도 기울이자면 응당 대화 주제는 우리나라, 국민, 그리고 사회적인 것들이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정작 간만에 만나서 하고 싶던, 듣고 싶던 이야기들을 대화 주제로 꺼내들면 종종 ‘민주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은 경험이 있다.

그 지인들이 흔히 말하는 386 중심세대 이기에 그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말 꺼내기가 조심스럽게 느끼는 것은 필자가 너무 소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서 체육학 관련 학부,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필자는 한 학기에 수편의 논문을 지도하게 된다. 때문에 체육 혹은 스포츠에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과 쟁점들을 연구 주제로 정하고 시간에 맞춰 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을 매 학기 지켜보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세부 주제를 마주치고 기껏해야 필자의 세부 전공 분야에 한정된 연구들을 마주치게 되지만 단순하게 보면 대부분의 체육학 관련 연구들은 ‘스포츠 활동 혹은 운동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관한 질문을 대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인 것 같다.

운동 혹은 스포츠 참여의 결과로 사람은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신체적 변화에 관한 내용들이야 이제는 일반인들조차도 상당하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사료 된다. 그러나 심리, 정서, 인지 활동의 변화는 별로 중요시 여기고 있지 않는 듯하다.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사회성이 발달할 것이라는 거의 상식에 가까운 지식들은 각 경험자들이 몸으로 느끼고 그로 인해 일반화의 과정 없이 기정사실화 되어버린 듯하다. 물론 실제 많은 학술 연구들이 이러한 사실을 지지한다. 본인이 지도하는 학생들의 많은 연구 역시 이러한 상식들을 실제 입증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인다.

문제는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이건 학술계이건 운동이 실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 되었을 때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충실한 연구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면 이러한 결과를 당당하게 발표해야 하겠지만 열혈 체육인들의 반응이 두렵지는 앉더라도 최소한 귀찮기는 한 것 역시 필자가 너무 소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직접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더라는 일반 참여자의 반응부터 연구 과정에 이러 이러한 문제점이 있었기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이라는 자못 호전적인 반응까지 본인의 생각과 다른 (대중의 생각과도 다른 것이라면 더더욱) 의견은 너무나 쉽게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 소심한 필자는 목소리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주장과 그에 반대되는 주장. 최소한 이 둘 중 하나에라도 속해있다면 안전해 보이건만 그렇지도 못한 주제에 소심하기까지 하다면 그렇다고 자기 생각을 바꿀 의사도 없는 고집쟁이라면… 살아나가기가 참 힘든 시절이다. 담력이나 키우는 수 밖에■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2008. 7. 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