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림마당 > 보도자료

보도자료

제목
꿈나무 괴사(壞死)되다 <김희수 칼럼니스트 >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9/07/28
파일첨부
첨부파일없음

꿈나무 괴사(壞死)되다

박지성 신드롬으로 유소년 축구가 활짝 피어나고 있다. 경기도내 도시, 읍내 할 것 없이 거리마다 유소년 클럽 축구 선수 모집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갑작스런 국지성 폭우(暴雨)의 등장으로 찢어지고 끊어져 보기에 민망하기도 하다. 마치 펄펄 끓다가 팍 식어버리는 우리 내 심사를 여실하게 보는 듯하다.

이제는 지도자들의 성숙된 지도와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시대는 변해가지만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과 지도자 지망생은 변하지 않고 있다. 눈앞의 승리를 위해 이른바 잘 뛰는 선수는 프로에 가기도 전에 괴사(壞死)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적을 올려야 학교도, 클럽도 육성비용을 내놓으니 말이다. 이젠 우리도 정말 변해야 되지 않을까?

살을 깎아내는 고통이 따르는 혁신과 개혁은 바라지도 않는다. 삶과 생활이 안정되지 않는 지도자 교육은 무의미하다. 현실적으로 국민 스포츠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배려를 해주고 변화를 기대해보자.

아마추어나 프로나 스포츠의 교육적 기능을 저버리면 경기장은 단순한 싸움장이 되고 만다. 선수는 로마시대의 검투사와 마찬가지로 그냥 살아남기 위해 뛰는 쌈꾼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길러진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찬스에 골을 못넣어 당하는 설움, 선배들에게 당하는 시련, 가정 형편과 늘지 않은 실력으로 겪는 슬럼프, 잊혀져만 가는 학업능력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그들을 괴사시켰다.

프로 선수가 되어도 몸을 못가누고 일탈을 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금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면 뭐하는가. 국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내일이 불안하다.

졸속한 행정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회를 지양해야 한다. 지자체 단체장, 유소년 클럽 회장들은 트로피와 200만원 정도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 지역 심판비용만 있으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 아니 대회 안내책자에 담긴 선전 광고만으로도 이름 석자만 있으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전, 오후 연속된 대회 진행으로 꿈나무는 피지도 못하고 또 그렇게 괴사된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닳아 헤어진 연골, 집중 태클로 얻어진 몸은 그냥 악만 남는다.

즐겁게 시작한 운동이 생업이어야만 할 때는 꿈나무들은 그냥 우울해진다. 몸도, 학업도, 미래도 불안하다.

교육을 생각해야 할 교육청이 실시한 대회도 그러하니 할 말이 없다. 지난 7월 12일에 막을 내린 경기도 교육감기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폭우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하는 선수들을 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판도 섭외해야하고 예산도 정해져 있고 대회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꿈나무를 아껴야 한다. 제일 잘 뛰는 선수는 그래서 프로가 되기도 전에 괴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행정을 하는 사람은 보다 내실있고 유연하게, 지도자는 지도자답게, 선수는 선수답게 그렇게 변화 좀 시켜보자■

김희수 칼럼니스트

<2009. 7. 2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