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 이젠! 정신차려~
로마에서 날아온 ‘일요일의 쇼크’는 나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박태환 선수는 자유형 400m 예선을 탈락, 200m 준결승 진출 탈락, 급기야는 1천500m 예선 탈락으로 메달은 고사하고 자신의 최고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으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한 주간 우리는 박태환 선수에게 그래도 한번은 이라는 기대감을 갖으며 그의 경기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역전 한방으로 모든 여론의 비난을 잠재워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랬다.
하지만 대회 초반부터 박태환 선수에게 쏟아진 여론의 비난은 마지막까지 멈출줄을 모르고 확인되지 않는 말과 글들이 지면을 채우고 인터넷의 클릭수를 높여 나갈 때 박태환 선수가 걱정이 되었다.
20살~ 대학 1년생이 감당해야할 고통과 고난의 수준이 상상을 넘어서는 순간들을 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재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천500m 예선이 끝난 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이번 대회는 나에게 자극을 줘 다시 열심히 훈련할 기회를 주려는 것 같다.
이번 부진을 계기로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던 중학교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뜻을 밝혔을때 나는 마음속으로 “이번 교훈을 역전의 기회를 삼아 모든 비방자들의 가슴을 놀라게 만들어라” 하는 말이 되새김 되었다.
실제로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한국 수영사상 최연소 대표로 출전하여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첫 경기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은 그를 출발 반응 속도가 최고로 빠른 선수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금메달 획득의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포츠가 대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수영에서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6만㎞를 헤엄쳐야 한다고 한다. 지구 한 바퀴 반 가까운 거리로 하루 1만m씩 16년4개월간 수영해야 하는 거리이다.
여기다가 경기를 앞두고는 훈련 시간을 줄여 체지방을 늘리고 몸의 부력을 높여야하고 심리적인 상태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스포츠라는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반전이고 역전이다. 역전의 순간에 팬들은 환호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박태환 선수에게 기대가 되는 것이 바로 역전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전의 기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든 감독들이 뽑은 한마디는 바로 상대에게 먼저 실점을 하고 난 뒤 ‘정신차려’를 해서 이긴 경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우리 경기를 들여다보면 페널티킥이나 자책골, 아니면 순간 방심 등으로 쉽게 점수를 내주는 게 빈번했다.
그런데 실점을 하고 나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자기 플레이를 한다”고 밝혔다.
바로 좌절과 절망 그리고 패배의 순간에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이 도전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이나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 은 모두 ‘도전’의 의미를 담은 슬로건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나지 않았다(the games isn‘t over till it’s over)’라는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배라의 말처럼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마음이 필요하다.
그 도전의 밑바탕은 ‘정신차려’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서 보듯 꾸준함인 Slow & Steady가 역전의 승리를 만들어 내듯이 매 상황별로 최선을 다할 때 항시 기회가 오며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데서 역전이 나온다.
홍수환은 그의 저서‘누구에게나 한방은 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다운이 없었다면 두 체급을 석권했을 지라도 카라스키야와의 타이틀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패배 없는 복서였다면 누군가의 앞에서 강의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복싱을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번의 좌절이 있었고 그 좌절 속에서 다시 일어났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절망이 희망을 낳았고, 희망이 더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
박태환 선수에게 로마의 악몽이 “로마의 휴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어느 인터넷 글에 보니까 “나에게 실패란 있어도 좌절은 없다. 포기란 김치를 담글때나 쓰는 말이다. 실패란 실을 꿰맬때나 쓰는 말이다”. 라고 했다.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승리의 드라마를 쓰는 박태환 선수의 미래에 “정신차려”라는 화이팅을 던지고 싶다■
김도균 교수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2009. 8. 11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