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스포츠 더이상 방관해선 안된다
경인일보=]국무총리실에서 최근 학교 엘리트체육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학교 체육 개선 방안의 골자는 ▲폭력 지도자 퇴출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도입 ▲주말·공휴일·방학기간 대회 개최 ▲체육특기자 대학선발 공정성 제고 등이다.
하지만 정작 체육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런 방안은 이미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기관 및 부처에서 시행 중이거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자행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지도자는 당연히 체육 현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도 폭력 지도자는 영구제명시킨다는 규정을 일찌감치 마련한 바 있다.
최저 학력제 도입 역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고, 대회를 주말·공휴일·방학 때 연다는 원칙도 이미 일부 종목에서는 실시하고 있다. 말 많은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도 논의된 지 오래다.
하지만 1등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학원스포츠의 병폐는 아직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도자가 대학 입시를 위해 학부모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금지 방침에도 불구 학교 안팎에서는 아직도 운동부 합숙소가 운영되고 있다.
합숙소 운영은 곧 선·후배 및 지도자와 선수 간 가혹행위로 이어지고, 운동부 회비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결국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초·중·교교 뿐 아니라 대학에서는 감독이나 코치가 학생 선수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물의를 빚게 되면 모른 척하거나 눈앞의 사건 수습에만 급급했다.
또 최저 학력제는 일부 대학이 운동선수들에게 수업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따라서 엘리트 학생 선수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공부와 담을 쌓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현실을 감안해 최저학력제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과 도입 시점 등을 정하는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 방학기간에 대회를 개최하는 제도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학교 체육 중 가장 저변이 넓은 축구는 올해부터 이미 주말리그를 시행하고 있지만 모든 종목으로 확대하려면 사정이 달라진다.
고교 팀 수가 50여개에 불과한 야구는 주말리그를 준비해도 각 지방에 경기장이 모자란 형편이고, 나머지 상당수 종목들도 팀 수가 워낙 적은데다 경기장 확보조차 여의치 않아 주말리그보다는 모든 팀이 한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전국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름방학 기간 전국대회가 몰려있어 선수들이 40여일간 3~4개 전국대회를 치르며 혹사당하는 것도 다반사다.
학교 엘리트체육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대다수 체육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채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한국 체육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학교 엘리트 체육은 단기간 응급처방보다는 낙후된 현실을 꾸준하고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창윤 경인일보체육부장
<2009. 8. 14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