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보다 꼴찌가 아름다운 이유!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1등으로 들어 왔을 때의 재미보다 넘어져서 꼴찌가 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을 보면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자아낸다.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을 소재로 한 영화 ‘쿨러닝’은 평생 눈과 얼음라고는 보지 못한 열대의 나라 선수들이 실패할게 뻔하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준 재미와 감동의 영화다.
선진국 팀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도, 큰 실수를 하면서도 무거운 썰매를 들고 결승선을 향해 걸어가는 네 사람의 모습은 우리에게 성적보다, 결과보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마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쳐 준다.
타인뿐 아니라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목적이고 진정한 승리의 월계관이 아닐까? 1등이 최고이고 1등만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우리는 최선의 꼴찌를 찾아내고 그들을 격려해야 한다.
지난 2009 베를린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은 우사인 볼트도, 타이슨 게이도, 이신바예바도 아닌 키가 불과 142㎝, 몸무게 29㎏밖에 나가지 않는 여자 1만m에 출전한 ‘조그만 선수’였다.
그녀는 사하쿠 유카리(20). 여자 1만m에 출전해 400m 트랙을 25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사하쿠는 초반 선두그룹을 이뤘지만 10바퀴가 지나면서 처지기 시작했다.
보통 선수라면 트랙에서 뒷 선수가 자신을 추월 할때면 포기 하는데 그녀는 반 바퀴, 한 바퀴, 두 바퀴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결승선을 밟은 뒤에도 마지막 남은 한 바퀴를 역주해 수만 명의 관중으로부터 오히려 우승자에 못지않은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비난과 창피함을 무릅쓰고서 마지막까지 완주한 그녀의 노력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낸 것이다.
그녀는 즉석 미니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왔다. 달리는 것이 좋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회의 아름다운 꼴찌로 선정 되었다.
꼴찌는 꼴찌가 아니고 사랑받는 이유는 첫째, 꾸준함이라 할수 있다.
1인자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순간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꾸준히 오래 한 사람에게는 1인자도 못 당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도전이 쌓이다보면 미래에는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믿음이 있으며, 비록 꼴등이지만 용감한 도전정신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이다.
둘째, 꼴찌가 더 아름다운 건 일궈내야 할 꿈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꼴찌는 꿈을 갖고 있으며, 질 것이 뻔한 경기에 참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누구나 웅대한 꿈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이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않던, 꿈이 있는 동안 경기는 생기있고 즐거운 것이다.
꿈이 확고한 사람은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어떤 장애도 넘어설 수 있다. 자신 내면에 있는 능력과 재능, 그리고 꿈을 향한 용기 있는 도전이 꿈을 이루게 해 주고, 그렇기 때문에 꿈꾸는 꼴찌는 1등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아름다운 꼴찌는 자신이 초래한 위기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꼴찌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결과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위해 달린다. 그리고 이들은 순간마다 성취와 만족을 경험하면서 현재 쏟아지는 비가 아닌 구름 위에 태양을 보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달려 나간다. 그들은 용감한 죄인이 되어 실패를 거울삼아 일곱 번 쓰러져도 후회하지 하지 않고 넘어지면 일어나 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앞을 보고 달려 나간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스포츠에서 ‘꼴찌의 미학’을 자주 논하는 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신체와 정열이 주는 무한한 감동 때문이다. 좌절도, 끝도 없는 도전. 결과가 정 반대로 나타날지언정 그들이 하는 몸짓은 똑같다.
최선과 노력하는 꼴찌를 보면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격려해주며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해주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서 더욱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력하는 꼴찌에게 더욱더 큰 격려와 관심을 한번 갖어보면 어떨까? ■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2009. 9. 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