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적’ 일군 여자 컬링, 지속적 후원 이뤄져야
#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급조된다. 스키점프가 뭔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모여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가대표가 된 이들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과 국민들의 무관심, 외국 유명선수들의 무시 등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결국 이들은 처음 참가한 국제대회에서‘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기적을 일궈내게 되지만, 귀국하자마자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개최지에 선정되지 못하면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해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바로 지난 2009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8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화 ‘국가대표’의 주인공들이다.
# 2011년 4월 경기도체육회 소속 여자 컬링 선수들은 완벽한 팀웍을 선보이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우승,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았다.
이렇게 국가대표가 된 김은지, 김지선, 신미성, 이슬비, 이현정 등 5명의 경기도체육회 컬링 선수들은 국가대표에게 주어지는 하루 5시간의 태릉선수촌 훈련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마음껏 훈련할 전용경기장 조차 없는 이들에게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있는 5시간은 어쩌면 엄청난 특권(?)이었을런지 모르겠다.
이들이 쏟아낸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컬링대회(PACC)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선수권 대회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지난 2월 제93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환상의 팀웍으로 당당히 정상에 오르며 세계선수권대회 전망을 밝혔다.
이후 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3월2일, 전국 체육 대회가 끝나자마자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되는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들이 출국하던 당시, 인천공항에는 그 흔한 팬 1명 없었다. 언론의 주목은 물론이고 5명의 컬링 국가대표를 알아보는 이들도 없었다.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축구나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고 나갈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의 국가대표로서 국위 선양을 위해 출국하는 길이 었지만, 겉보기만큼은 일반 해외여행객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불굴의 의지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세계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이들의 승전보는 동계 스포츠 종목을 포함한 모든 체육인들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기적’이 됐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와 같은 환경을 딛고, 사상 첫 세계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한국 여자 컬링국가대표선수들이 금의환향 하던 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환영 인파로 넘쳤다. 한달 전 출국당시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 세계선수권 4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한국 여자컬링대표팀 뒤에는 비인기종목인 컬링에 묵묵한 후원을 아끼지 않은 경기도체육회가 있었다. 예산 문제로 정식 실업팀을 창단하지는 못했지만 컬링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체육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환경은 너무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역경을 딛고‘기적’을 일궈낸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에 열렬히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도체육회의 지원을 넘어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 할 수 있는 전용경기장과 실업팀 창단 등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선수들이 입국한지 10여일이 흐른 지금, 그들에게 보냈던 관심이 ‘반짝 관심’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때다.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때야 비로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는 영화‘국가대표’의 스키점프 선수들과 같은 경우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경기일보 2012. 4. 6>
경기일보 정근호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