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10구단 시대를 화려하게 연다. 10구단의 중심에는 수원시와 통신기업 KT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결정은 이번 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주들의 모임인 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져 최종 승인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현재로선 평가위원회의 수원·KT 채점표가 전북·부영보다 높은데다 이사회도 통과된 상태여서 수원·KT의 제10구단 유치는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지난 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경쟁은 미래 한국 야구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진면목이었다. 수원과 KT, 전북과 부영은 서로 프로야구 10구단 경쟁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고, KBO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평가위원회를 구성, 철통보안 속에 회의를 진행했다.
KBO 조직 내부에서도 평가위원 접촉이 비밀리에 이뤄져 지난 11일 이사회 직후 명단을 공개한 뒤에야 평가위원들을 전부 파악했다는 소문도 나돌 정도였다.
이런 상황은 솔직히 기자이기에 앞서 스포츠 팬으로서 뭔가 벅찬 기분이 든다. 불과 몇년 전 같은 장소에서 공중분해 된 현대 유니콘스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만 보도했는데, 이번 10구단 유치 경쟁은 이해관계를 떠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멋진 모습이었다. 또 기업과 지자체가 야구를 통해 얼마나 큰 꿈을 갖고 있는지 한국 야구의 청사진까지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수원과 KT가 10구단 유치에서 전북·부영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로스포츠의 ‘시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2년 전부터 10구단 창단을 위해 발벗고 나선 수원은 자체 인구가 많을 뿐더러 안양, 성남 등 주변에도 여러 대도시가 인접해 많은 팬을 모을 잠재력이 크다. 프로야구 4개 구단이 자리를 잡은 서울·인천에서 1시간 거리에 있어 홈 경기 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에서도 흥행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 20조 원이 넘은 거대 기업인 KT도 좋은 평가에 힘을 보탰다. KT는 야구발전기금으로 무려 200억원을 내놓아 80억원을 적어낸 부영을 완전히 따돌렸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는 수원과 KT의 승리로 끝이났지만, 수원과 KT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BO에 약속한 것을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 어린 꿈나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육성해야 하며, 수원시민 뿐만 아니라 경기도민 모두가 수원과 KT를 응원할 수 있도록 팬 서비스 구축도 준비해야 한다. 수원과 KT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잘 세우고, 훗날 한국 야구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기억되길 바란다
<경인일보 2013. 1. 14>
신창윤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