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좇지 말고 나부터 가꿔라!”
주도적 삶으로 37세에 사장 승진… 위기를 기회로 살리려면 늘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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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4월, MBC의 <성공시대> 제작팀이 취임 한 달을 맞은 37세의 한 젊은 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프로그램 출연을 한사코 거절했다. 대신 한마디를 남겼다.
“내가 성과를 내거든 다시 찾아오라.”
꼭 1년 뒤 제작팀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그를 화려하게 등장시킬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당시 웅진식품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조운호(47) 현 세라젬그룹 고문. 샐러리맨 출신인 조 고문은 채 불혹(不惑)이 되기 전에 ‘회사의 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손꼽힌다.
상고를 졸업한 조 고문은 1981년 제일은행에 입행했다. 약 10년간 금융권에 몸담았던 그는 1990년 웅진그룹 기획실 재무담당 주임으로 스카우트된다. 그 즈음 신생 그룹으로 커나가던 웅진그룹은 인재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 고문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고 한다.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은 많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방 야간대(경성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8년6개월 만에 사장이 됐을 무렵 그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엘리트들은 회사에서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는 ‘조운호다움’으로 주도적 삶을 개척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 고문은 “사회 전반의 위기상황이 나의 성공을 북돋웠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조운호다움’이란 무엇일까?
우선 그는 3C를 내세웠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Change),
새로운 것을 찾아(Creation),
항상 도전하는 청년정신(Challenge)을 갖추는 것이 성공의 첫 번째 열쇠라고 한다.
‘주인의식’도 조직에서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시킬 때,
그것을 재거나 따지거나 하지 말라.
나는 나에게 오는 일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 역할을 찾았다.
어떤 임무이든 하다 보면 의미와 가치가 생기게 마련이다.
받아들이고 나서 최선을 다하자 회사에서 조금씩 큰 일을 맡기더라.”
조 고문은 위기의 시절을 나고 있는 샐러리맨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
“세상을 좇아가려고 하지 마라. 세상이 나를 찾아줄 때까지 나를 가꿔라. 내가 준비한 만큼 기회는 온다. ‘운이 좋다’는 말은 없다.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위기는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고난으로,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로 찾아온다.”
글■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