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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어버린 정신력을 위한 노력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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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정신력을 위한 노력

며칠 전 한국 스포츠 심리학회라는 학술 단체에서 스포츠 심리 상담사 자격 연수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소속 학회이며 국내 스포츠 관련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 학생들을 위한 유일한 관련 학술 단체이기에 이번 연수에 120 여명의 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제 스포츠 현장에서도 심리학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사실 국내 스포츠 계에서 심리학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스포츠 수행에 영향을 주는 심리학적 요인들은 별로 환대를 받는 주제는 아니었다.

국제 경기에서 지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가장 흔하게 돌아가는 질책 중의 하나가 ‘정신력 해이’라는 비난이었음을 상기해 보더라도 그 ‘정신력’이 스포츠 수행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국 내, 외를 떠나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의 대부분이 결국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경쟁을 하며 승, 패의 차이가 연습한 실력을 얼마만큼 발휘하는 가에 많이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적인 요인이야 말로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시절 우리 스포츠 계는 뒤쳐지는 실력 조차도 이 심리적인 강건함을 가지고 극복해 낸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헝그리 정신’과 같은 단어가 우리 스포츠의 특징이라 여기기 까지도 했다.

다시 ‘정신력의 해이’ 비난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정신력이 해이해서 경기에 졌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력을 강화 시키면 된다.

그런데 일부 엘리트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정신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해법을 선수들에게 제시하며 이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겨우 이를 위한다고 가혹행위를 하던 관행이 근래 들어 줄어든 것을 다행스럽게 여길 정도이다. 이상한 것은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면서도 그 해법을 찾는데 왜 이렇게 소극적이었는가라는 점이다.

과거 기술이 뒤지고 환경이 열악할 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우선적으로 취해야 했던 우리 스포츠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잴 수도 없었던 ‘정신력’은 선수 개인에게 전적으로 그 관리가 맡겨졌고 여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우리에게는 뿌리 깊게 새겨져 있다. 지금도 심리요인을 위한 훈련을 따로 한다는 것 자체에 배부른 짓이라는 죄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듯 하다.

박찬호 선수가 얼마의 돈을 들여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소식을 그저 배부른 미국의 경우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였고 더 이상 헝그리 하지 않은 세대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 할 수 만은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자신의 심리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정신력 해이’라고 윽박지른들 변화가 생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심리적 요인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돈과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박찬호 선수가 점집에 가서 운세를 보는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것은 아니다. 효과가 없는데 대가를 지불할 리는 없는 것이 그들의 사고이다.

다행한 것은 이제 엘리트 스포츠를 중심으로 우리도 이러한 필요성에 눈을 뜨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자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 자격을 딴 120여 명의 스포츠 심리 상담사들이 돌아갈 현장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꾸준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2008. 2.12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