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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모 순(矛盾) (김희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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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순(矛盾)

지난 9월 2일 K방송사에서 ‘슬픈 금메달’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올림픽 금메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우리 사회에 묻는 내용이었다.

과거 화려한 메달리스트들이 현재에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진로지도의 부재(不在)의 심각성을 잘 표출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2008년 현재의 스타 역시 과거 그들이 겪었던 후유증을 또 다시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프로그램 후미에 하형주 교수는 체육인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한 편견도 호소하였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을 법한 하교수 역시 체육인으로서 겪는 사회적인 편견으로 지쳐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체육인은 그의 말을 사치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스포츠인이 선망하는 올림픽 금메달과 지도자의 자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북경올림픽 선수단은 25종목 267명이었다. 모두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출전한 자랑스런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동메달을 따낸 선수의 얼굴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출전한 선수 역시 사치일지 모른다. 다음 올림픽 출전을 기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엘리트 선수들의 꿈은 금메달과 헤아릴 수 없는 포상금, 그리고 명예와 함께 안정된 지도자의 길일 것이다.

지도자의 꿈 역시 지도하고 있는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지도자의 길을 지속적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 길 이외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히 몰입하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와 선수 모두 ‘부와 명예’라는 ‘당근’을 위해 자신의 젊음과 삶을 포기하는 ‘채찍’을 서로 감내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와 선수의 꿈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종목별 지도자의 자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배 지도자가 지도자의 길을 포기하거나 자리를 비워주기 전까진 현재의 스타 선수가 갈 수 있는 자리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재에 빛을 내지 못한 선수의 길은 더욱 막연할 뿐이다.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파서, 힘들어서 운동을 쉬게 된다면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형식적인 학습권 보장 감시 프로그램을 믿지 말자. 최소한 언어능력과 수학능력은 국가대표는 국가에서, 지역대표는 지자체에서, 학교대표는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슬픈 금메달’을 꿈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젠 ‘삶의 금메달’을 위해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하고 학습권을 선택했던 수영선수 장희진(22·오스틴 텍사스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그는 태극마크를 위해 이번 올림픽에 당당히 출전하였다.

‘태릉’에서도 얼마든지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요란을 떤다는 오해와 불명예를 모두 씻은 것이다.

여전히 각 교육청에서는 초·중등부 지도자에게 소년체전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고 있다. 성과급을 받지 못한 지도자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의 목표는 오직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김희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2008. 9. 9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