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 신임 집행부는
경기도 체육단체들이 최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예산 및 사업 결산에 이어 신년도 예산 및 각종 사업계획안을 심의·확정하는 이사회와 총회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총회는 임기 4년이 만료돼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야 하지만 경제의 어려움 등으로 수장인 회장 선임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경기도체육회에는 정가맹단체 45개, 준가맹단체 6개 등 모두 51개의 가맹경기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는 회장 등 집행부의 출연금과 도체육회 및 도교육청의 각종 지원금으로 살림을 꾸려간다. 집행부의 출연금이 넉넉한 단체는 선수들에게 각종 지원금을 전달하며 윤택한 생활을 하는 반면 명목상 회장을 맡은 단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같이 집행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선수 육성이야 직접적으로는 지도자가 하는 것이지만 훌륭한 선수로 육성하기 위한 여건조성에는 협회의 힘이 필요하다.
도내 체육단체장은 기업대표와 공공기관, 경기인 출신 등이 맡고 있다. 어떤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거나 좋다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회장을 맡는 것을 선호한다. 이럴 경우 내홍(內訌)도 적다. 회장이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단체를 장악, 의지대로 이끌어 가고 있어서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평온한 팀이나 단체에서 우수한 선수들도 많이 육성되고 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그런 수치가 높다.
그렇지만 모범단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회장 부재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임원들이 힘을 모아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도 많다. 이들 단체는 비록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는 없어도 종목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어느 단체 못지않게 잘 운영하고 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선임되는 집행부는 2012년까지 임기다. 어느 임기라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2011년 고양시를 주 개최지로 경기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관계로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로 인해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남다른 열정을 가져야 하며, 오직 자신의 영달(榮達)을 위해서 명목상 협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도체육회도 총회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4년 동안 항해를 시작하는 ‘선장’ 선임이 혹시라도 잘못돼 내홍으로 일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부 단체장의 경우 임기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퇴진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재임을 바라는 주변사람들의 기대도 이런 맥락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매년 수천만원을 출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더욱 그렇다. 의욕은 있지만 현실이 뒷받침 되지 않아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적합한 인사의 협회장 추대가 쉽지 않다. 예전처럼 출연금에 대한 세제 감면 등 단체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적어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유명무실한 단체장도 있다. 임의단체인 관계로 구성원들이 추대한 회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부에서라도 불만이 없는 존경받는 인사가 선임됐으면 한다. 경기단체의 경우 회장 못지않게 중요한 직책이 있다. 대내외적 업무를 담당하며 실질적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전무이사다.
전무이사는 회장이 선임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기에 회장이 가장 신임하고 업무를 잘 아는 인사를 선임한다. 즉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해 단체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의원들은 유능한 회장을 추대하고, 회장은 그에 적합한 전무이사를 선임해 단체를 이끈다면 별 탈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도 있다. 처음에는 회장 영입을 등에 업고 집행부를 꿰차고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협회 일을 하겠다고 설치지만 제도권에 들어와 일을 하다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상이할 때가 많을 뿐더러,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한쪽에 치우친 행정으로 오히려 내부의 적을 더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체육단체도 별의 별 일이 다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 많은 단체 중 올바르게 협회를 이끌어가는 집행부가 많기에 희망은 있고 기대해 볼만하다. 단체장의 연임과 전무이사의 장기집권 등 수치에 불과한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각 경기단체의 신임 집행부는 사적인 감정이 앞서 필요한 인사를 배제하는 등 ‘끼리끼리 해먹는다’ 식의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며 스포츠와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랑을 보일 수 있는 집행부다■
오창원 중부일보체육부장
<2008. 12. 5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