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경기도체육계
경기도 체육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배구협회가 있다. 배구협회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소년체전 선발전을 겸해 열린 학생체전과 춘계배구대회를 선수들의 수업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방과 후 시간에 경기를 치르는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된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협회 차원에서 경기도 대회를 수업이 종료되는 시간에 맞춰 치른 것이다.
처음 실시한 만큼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찬성론인 교사들의 경우 수업결손을 초래하지 않고 출장을 나와 감독을 하든지, 심판을 볼 수 있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
또 맞벌이 하는 부모들한테도 직장에서 오전보다는 오후의 시간 할애가 용이하다며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펼치며 자녀들의 경기를 참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실질적으로 오전 수업은 하지 않고 훈련 후 경기를 임해 경기시작만 늦게 하는 것 외에 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학교 운동부의 학습권 보장 및 인권보장 등과 관련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기도 체육계에서도 이제 실천한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이다.
예전만 해도 체육계 하면 무식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사실 그때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어진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많았다. 선수들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보다는 지도자, 또는 선배들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구타와 폭력, 인성교육 부재 등으로 이어져 사회 문제로 비화됐고, 운동선수들도 일반 학생과 같은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인권 및 학습권 보장 등 학교 체육 전반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관계기관의 보완책을 살펴보면 아직도 미흡한 상태다.
전국대회 연간 3회 출전 제한으로, 대회 기간에 따른 선수들의 수업결손을 최소화 하고는 있다. 하지만 방학 기간의 대회는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을 달았고, 3회 규정을 위반 한다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몇 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허점이 있지만 이같은 규정은 강화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또한 출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방학기간에 개최하는 실외 종목의 경우 오히려 폭염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듯 학교 운동부의 정상화를 위한 각종 방안 등이 시행된 지 불과 몇 년이 안 됐거나 입안 단계에 있는 정책들이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면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1일 몇 교시, 1주일 몇 시간 이상 수업’이라는 식의 도식적인 규정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운동선수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학습 진척도에서 뒤떨어지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의 학습 진척도는 전체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전제하에 일반 학생들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가 선행된 후 수업에 참가해야 바람직하다.
초등학생부터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선수가 중학교에 진학해 모든 수업을 참가한다면 그 선수가 일반 학생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수업에 참가하니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피곤해서 잠을 잤다. 초반에는 선생님이 깨우는 열정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우지도 않고, 심지어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는 모 선수의 자조 섞인 말에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운동선수 모두가 학업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보다 영어 등 특정 과목에서 우수한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외적 환경을 정책적으로 보완, 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은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경기도 체육계도 이같은 변화의 계기를 발판 삼아 진정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도체육회 및 교육청에서도 지난해부터 교육청 주관 및 도지사기 대회 주말 개최를 권장했으나 성과가 미흡하자 급기야 올해부터 주말 개최를 하지 않을 경우 대회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혀 주말 대회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내 선수들을 파주 영어마을에 입소시켜 영어 필요성의 동기를 부여한 배구협회와 숙소에서 한자 및 영어를 학습시키는 지도자 등과 같이 관계자들이 경기실적 못지않게 선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보살피는 것이다■
오창원 중부일보 체육부장
<2009. 4. 22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