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한 화합체전
‘경기도 엘리트 스포츠의 제전’ 제55회 경기도체육대회(이하 도민체전)가 오는 5월 9일 이천시에서 막을 올린다. 도내 31개 시·군 엘리트 선수들이 1, 2부로 나뉘어 20개 정식 종목에서 자웅을 겨루는 이번 대회는 경기도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시·군간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시·군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직장운동경기부를 창단하면서 실업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게 됐고, 일부 종목에선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 라이벌 경쟁도 이어져 엘리트 종합대회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 도내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는 시·군은 모두 29개다. 육상·탁구·테니스·정구·복싱 등 37개 종목에서 총 180여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 숫자만 해도 1천300명이 넘는다. 이들 선수의 활약을 통해 경기 체육이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고양시청)이나 레슬링의 간판 김광석(수원시청) 등은 경기도가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로 손꼽힌다.
특히 이번 체전은 2부 시·군에 속한 이천시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도민체전은 인구수에 따라 1, 2부로 나누어 경기를 치르는데, 그동안 도민체전은 수원시를 비롯해 안양시, 성남시, 부천시 등 주로 1부에 속한 시·군들이 개최해 왔다. 따라서 올해 이천시의 도민체전 개최는 스포츠 시설이 열악한 2부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경기도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경기도체육회가 주최하는 도민체전에서는 늘 시·군들의 부적격 선수 출전 및 과열 경쟁으로 화합체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부적격 선수는 해마다 50~70명이 대회도 치르기 전에 발각돼 출전 금지라는 처분을 받았고 일부 시·군 지도자들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려 도민체전 출전 정지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적격 선수는 본적지 및 주소지가 타 지역에 있거나 타 시·도 직장운동경기부 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해당 시·군 체육회 관계자들이 사전에 부적격 선수를 알고 있으면서도 ‘걸리면 말고, 안 걸리면 다행’이란 식으로 대회에 출전시킨 것이다. 즉, 자기 시·군의 욕심을 챙기기 위해 양심을 속인 셈이다. 올해는 사전에 적발된 부적격 선수가 23명밖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도민체전은 1부에 비해 2부 시·군들의 종합우승 경쟁이 심화돼 자칫 도민 간의 화합체전이 퇴색될 위험이 높다. 지난해 김포시가 종합우승 7연패를 거둔 포천시를 따돌리고 8년 만에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체전에서는 우승 후보가 4개 시·군으로 늘었다. 김포시와 포천시에 이어 오산시와 홈 개최지의 인센티브를 안은 이천시까지 가세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가맹경기단체들이 심판들의 자질을 높이고 오심을 최대한 줄여 편파 판정의 의혹을 사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대회가 이런 부적격 선수와 편파 판정이 없는 정정당당한 화합체전의 원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창윤 경인일보체육부장
<2009. 4. 24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