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aura)
가족과 함께 우연히 TV를 시청하던 중 ‘아우라’라는 말이 나왔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아들 녀석이 “아빠, 아우라가 뭐예요?” 하고 바로 질문을 했다. 망설이다가 “그러니까…… 그 사람의 기운이지.”하고 답을 한 경험이 있다.
‘아우라(aura)’는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로 예술작품에서 표현할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라고 한다. 본래는 사람이나 물체에서 발산하는 기운 또는 영기(靈氣) 같은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즉,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아우라’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팀 감독의 ‘아우라’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비슷한 능력, 비슷한 시스템과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독을 누가 하는가에 따라 팀의 전력이 천차만별(千差萬別)을 이루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별로 좋은 감독을 서로 모시기 위해 무혈전쟁을 치루는 것이다.
감독과 선수는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야 한다. 감독이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따라주는 관계가 되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신경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감독과 선수의 역학관계는 두 개의 뇌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융합(融合)해야 한다’라고 한다. 즉, 훌륭한 감독은 선수들 뇌의 상호작용 시스템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융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의 심리적인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신경세포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신경 세포 중에 다른 사람의 몸짓과 말을 듣는 것만으로 그것을 자신이 직접 받아들이게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 그 세포의 이름을 ‘거울 뉴런 (mirror neurons)’이라고 한다.
이 거울 뉴런은 작게는 가족, 이웃, 그리고 팀, 국가 등 의 조직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크고 작은 조직이던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의 감정과 행동이 조직원들에게 직접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누가 전달하는가에 따라 느끼는 반응이 그래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메시지 자체보다 전달자가 누구인가와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해군특수전여단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의 ‘한준호 준위의 영결식’에서 그의 동료와 부하 장병들은 ‘사나이’를 부르며 그를 눈물로 보낸바있다. 왜 그를 ‘UDT의 전설’이라 부르는지 영결식을 보던 모든 국민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느 조직에서든지 한 사람의 역할은 너무나 다양하고 크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었다.
모처럼 지난 주말에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지금에라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다. 봄답지 않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무서운 심해(深海)를 헤매일 영령들에게 그래도 조금은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들의 기운이 하늘의 기운과 대지의 기운과 더불어 우리를 편안하게 살게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도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현해탄 건너 일본 교세라돔에서 연속 홈런을 치며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는 ‘김태균의 아우라’ 또한 너무나 자랑스럽다■
김희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2010. 4. 6.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