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왜 이러나
온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국내 스포츠계가 최근 진흙탕 싸움과 잇단 비리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대학 축구에서 대형 심판 매수 비리가 터져 나왔고, 대학 축구 선수들이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쇼트트랙 코치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간의 국가대표 밀어주기 논란 등 올 3·4월은 한국 스포츠의 문제점을 모두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달 모 축구 감독은 ‘경기를 잘봐 달라’며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들에게 뇌물을 전달했다. 해당 대학 경기에 배정됐던 주심과 부심은 승부에 유리하도록 편파 판정을 했던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그동안 공공연히 잠재됐던 ‘뇌물 스캔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의 모 감독은 20만∼1천만원을 건네는 등 총 2천300여만원의 뇌물을 심판들에게 뿌렸다고 하니 축구협회 출범후 최대이자 최악의 심판 비리다.
같은 달 이번에는 모 대학의 축구부 선수 2명이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던졌다. 훈련을 해야 할 선수들이 휴가 기간에 이런 짓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4월에는 스포츠계에 더 큰 사건이 터졌다.
동계올림픽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서 승부 조작과 담합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쇼트트랙은 원래 그런 종목이고 승부 조작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그렇게 본다면 선수와 지도자들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대표팀 지도자의 말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팀플레이’를 우선해 온 선수와 코치들이 얼마나 일반 국민과 완전히 동떨어진 관점에서 스포츠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쇼트트랙의 비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성폭력 파문으로 더욱 세상을 놀라게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여학생 제자를 성추행하고 성폭행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지도자는 스승과 제자의 상하 관계를 교묘히 이용해 어린 제자에게 몹쓸 짓을 했다.
이제 다음 주면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이제 이런 안타깝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 더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는 항상 깨끗해야 한다. ‘페어 플레이’라는 말도 스포츠에서 먼저 나왔다. 동계올림픽에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두 손을 들고 골인하는 장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기적을 이룬 4강 신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등 온 국민들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심어준 것이 바로 스포츠였다.
스포츠에서는 한 명의 스타 선수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주변에 무수히 많은 동료들과 선·후배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 스포츠계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주길 바란다■
신창윤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차장
<2010. 4. 23.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