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과 한국축구의 미래
지난 6월11일부터 한 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10 남아공월드컵. 지난 12일 열린 결승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를 꺾고 80년 대회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에게도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온 국민이 열광했고, 이 기간 국민들은 평소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83.5%가 ‘더 행복했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비록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1골 차로 패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룬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유난히도 ‘이변’이 많았던 대회였고, 세계축구의 변방이나 다름없었던 아시아 축구가 한국과 일본의 동반 16강 진출로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다가선 대회였다.
아무리 축구공이 둥글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처럼 예상밖의 결과를 쏟아낸 월드컵도 드물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축구가 한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결과에 만족한 채 안주할 수만은 없다. 한국축구는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넘어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뛰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높은 산’으로 여겼던 남미, 유럽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태극전사들이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빅리그’에 진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펼치며 경험을 터득한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육상과 수영 등과 같이 서구 선수들과의 체격·체질 등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기량 차이를 겪는 종목과는 달리, 축구는 체격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우리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 역시 우리나라도 최근 유소년축구교실 등을 통해 조기교육을 하고 있어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의 축구풍토다. 유럽과 남미의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 기본기에 충실한 즐기는 축구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진학문제, 지도자 자리 보존 등의 이유 때문에 어려서부터 기본기는 무시된 채 철저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이기는 축구’만을 배우고 있다.
이와 함께 천연 잔디구장의 부족으로 어려서부터 맨땅이나, 인조잔디 구장 등에서 훈련을 해와 성인 선수가 되면 천연잔디에 대한 부적응으로 슈팅을 허공에 날리고, 드리블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와 국민적인 무관심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드문 대규모 길거리 응원문화가 정착했지만 이는 월드컵 기간에만 보여주는 관심일 뿐. 아마추어 축구는 물론이고 프로축구 경기장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와 배구, 농구에 비해 텅 빈 관중석을 두고 경기를 펼치는 것이 한국축구의 현 주소다.
인구 400만명의 우루과이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와 비교할 때 월등한 체격조건, 많은 축구인구 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기본기에 충실한 축구교육과 수많은 천연잔디구장, 축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세계적인 축구 강국을 만든 것이다.
한국축구도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뛰어넘어 8강, 4강, 우승까지 넘볼 수 있도록 기본을 다지고, 정부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환희와 감동으로 되돌아오도록, 준비를 시작할 때다.
2010. 7. 16
황선학 경기일보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