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주는 교훈
지난 한달동안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가 지난 12일 폐막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내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리는 한편 세계 축구의 중심에 우뚝섰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사실 한국 축구는 힘을 앞세운 유럽과 화려한 개인기의 남미 축구 앞에서 늘 주눅들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패배의식이 더 컸다. 그래서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다녔다.
그러나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선 달랐다. 예선 첫 경기에서 유럽 강호 그리스를 가볍게 물리치고 파란을 일으킨데 이어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기량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첫 16강 진출의 역사까지 만들었다. 한층 성숙한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뛰어넘어 그야말로 ‘세계 16강’을 자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월드컵은 ‘선수들간 분위기가 좋은 팀이 역시 승리한다’는 당연한 의미를 남긴 대회였다.
한국 선수들은 허정무 감독을 중심으로 ‘캡틴’ 박지성, ‘맏형’ 이운재, 안정환 등 23명의 선수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경기에 임했다. 대표팀 선배 이운재와 안정환, 김남일, 이동국은 벤치 멤버로 기용되면서도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용기를 심어주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직접 그라운드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형님다웠다. 이는 이번 대회 우승팀인 스페인과 준우승팀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모였지만 승리에 대한 열정과 희생 정신은 주전 선수나 비주전 선수나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다. 특히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결승골을 터트린 뒤 지난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한 팀 동료 다니엘 하르케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프랑스를 비롯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스스로 망가트렸고, 결국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프랑스는 감독과 선수들의 불만이 불거지면서 주축 선수인 니콜라 아넬카가 훈련 도중 고국으로 돌아갔고 선수들이 집단 행동까지 보이는 등 팀은 1무2패로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호화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과 포르투갈도 선수간의 불만이 커지면서 각각 16강과 8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감독이 리오넬 메시만을 감싸고 돌아 팀내 분위기를 스스로 망가트렸다.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면서 요즘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월드컵에 대한 교훈을 다시한번 되짚어본다고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구성원간의 친목과 정보가 잘 공유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는 늘 구성원간의 마찰이 빚어진다.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다. 월드컵 교훈을 되새겨 기본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더 나은 기업이나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0. 7. 16
<신창윤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