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이제는 변해야 한다
#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레이스 출발 전까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다.
수영은 마인드 컨트롤 하나에도 기록이 좌지우지될 만큼 ‘민감한 종목’이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경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22년만에 경기도에서 치러진 ‘제9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경기도 수영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다. 고등부와 남자일반부 선수 80여명의 숙소가 고양 내 호텔이 아닌 파주 영어마을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파주 영어마을은 버스로 20~30분 달려야하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다 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수영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일반부 장신선수들은 두발을 뻗고 잘 수 없을 정도의 침대를 사용해야 했다. 때문에 수영연맹 관계자는 고양지역 내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 밖에 없었고, 개인적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겠다며 숙소를 이탈(?)하는 선수마저 등장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종목 우승을 차지했던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서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만족해야했다. 기록면에서도 지난해 3개씩이나 작성했던 한국신기록을 단 한개도 수립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를 꼭 먼 숙소와 불편한 잠자리 탓으로 돌릴 수 만은 없겠지만, 결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수도 없는 문제다. 개최도시 선수단에서 이러한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니 타 선수단의 불만은 어떠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주최측의 당연한 의무다.
# 전국체육대회가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부 구기종목과 폐회식만을 남기고 있던 10월12일 오전에 직접 겪은 일이다. 승용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 개최지인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유소에 들렀을 때, 50대 쯤으로 보이는 주유원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주유원은 차량내 경기도 선수단 표식을 발견하더니 “전국체육대회가 언제 시작되나요”라고 물어왔다. 22년만에 경기도에서 치러진 전국체육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음을 굳게 믿었기에, 그 주유원의 말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전국체육대회가 얼마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사실 전국체육대회가 일반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 개최지 도시에서도 이럴 정도니 1~2개 종목만이 개최되는 도시의 사정은 어땠을까.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과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국체육대회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할 때다.
# 22년만에 경기도에서 치러진 ‘전국체육대회’ 7일간의 열전이 끝났고, 뒤이어 진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인천에서 개최된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굵직굵직한 전국체육대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경기도선수단은 각각 10연패, 6연패, 11연패를 기록하며 경기도가 ‘전국 제1의 체육웅도’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체전에 대한 기록과 운영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경기도 선수단은 분명 어느 시·군도 넘볼 수 없는 뛰어난 업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단순히 이뤄낸 금자탑에 대해 평가하기보다는 ‘글로벌 스타 육성’이나 오는 2012년 치러질 장애인체육대회 준비 등에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한번 점검해야할 때다.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만 ‘전국체육대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 전국체육대회도 이제는 변해야만 한다.
<2011.11.4 경기일보>
정근호 경기일보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