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체육회가 새로운 비전인 「도민과 함께 나아가는 경기체육」의 일환으로 도민에게 도내 엘리트 팀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도내 팀 탐방에 나섰다.
그 첫 번째 팀으로 도내 유일한 소프트볼팀인 일산국제컨벤션고등학교 소프트볼 팀을 방문했다. 소프트볼이 워낙 비인기종목이고 환경도 좋지 않지만 그라운드에 모인 11명의 선수들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때문. 지난해까지 대회에 나갔다하면 성적을 내기는커녕 상대팀에게 1승 재물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지만 올해는 달랐다.
바로 올해 4월 열린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3위 입상을 해낸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결과로 올해 졸업을 맞는 3명의 선수는 각각 단국대, 호서대, 대구시체육회 선수로 들어가는 쾌거까지 만들어냈다. 전국대회 입상 성적이 없으면 대학이나 실업으로 진학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단 비와 같은 성적을 일궈낸 것이다.
▶ 팀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
<원미옥 부장(왼쪽)과 허미진 감독(오른쪽)>
이러한 결실의 뒤에는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묵묵히 팀을 이끄는 지도자 2명이 있었다. 이 학교 2회 졸업생으로 단국대학교에서 소프트볼을 접해 푹 빠지게 된 원미옥 부장(본 학교 교사), 고등학교 시절부터 소프트볼을 시작해 상지대학교와 대우자동차 실업팀을 거치며 국가대표팀 생활만 15년간 해 온 허미진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팀을 이끌면서 가장 보람된 적이 언제였냐는 물음에 원미옥 부장은 “힘들었던 동계훈련의 결과로 지난해 콜드패를 당한 팀에게 올해 콜드승을 거뒀을 때”라며 환하게 웃었다.
팀과 소프트볼에 푹 빠져있느라 아직 미혼인 두 지도자는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해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단 둘이 사는게 아니다.
자신들처럼 소프트볼에 푹빠져서 인천에서 전학온 선수 3명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고 있다. 인천에는 고등학교 팀이 없어 지난해 전학와 인천에서 일산까지 통학하며 단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은 성실한 학생들에게 반한 나머지 집을 구해 같이 살고 있는 것.
또한 대회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예산으로 시합을 나갈 때면 고생하는 선수들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 사비를 털어가며 영양보충을 해주곤 한다.
두 지도자가 이렇게 똘똘 뭉쳐 팀을 이끌고는 있지만 실상은 어렵기만 하다. 도내 중학교, 대학팀이 없어 선수 수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전용 차량도 없어 대회에 출전할 때면 렌트카를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원미옥 부장은 “도내 중학교 팀이 없어 선수 수급에 문제가 많다. 중학교팀만 창단되어도 선수들 기량향상은 물론 전국체전 우승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경기도에 대학팀이 생겨 선수들이 진학에 많은 길이 열릴 수 있다면 그만큼 선수들도 보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도 교육청을 비롯한 협회, 체육회 관계자들의 깊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허미진 감독도 “소프트볼 인구 저변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도내 생활체육의 발전이 이루어져 소프트볼 인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확보해야 한다”며 소프트볼 저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내 꿈은 소프트볼 관련 일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올해 3학년인 주장 박수진(사진 오른쪽)은 단국대학교로 진학이 결정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중학교 때 교사의 추천으로 처음 접한 소프트볼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소프트볼팀으로 진학하려 했지만 팀 창단이 무산되면서 이 곳 학교로 전학오게 되었다.
집인 인천 가좌동에서 일산까지 통학하면 꽤 힘들 법도 한데 박수진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 “소프트볼이 너무 좋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라며 웃었다.
“단국대학교로 진학이 결정되기 전, 또래 친구들이 취업이 되고 진학이 결정되며 다들 미래를 설계해 나갈 때 문득 제 자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프트볼을 그만두고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흔들린 적이 있어요”라며 그 때 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후회스럽다는 박수진 선수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 팀이 분명 다른 팀보다는 전력이 많이 부족한 것을 사실이지만, 곧 들어올 신입생들과 함께 즐겁고 열심히 운동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아직 전국체전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팀의 내년 목표는 전국체전 ‘1승’이 아닌 ‘우승’이다. 이러한 밝고 열성적인 노력으로 똘똘 뭉친 일산국제컨벤션고등학교 소프트볼팀의 목표로 내년 전국체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