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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공근육-도전과 열정
작성자
한양대
작성일
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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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근육같은 인공 근육 만든다
생체인공근육연구단 김선정 교수

김선정 생체인공근육연구단장
“상어는 어떻게 빨리 헤엄칠 수 있을까?”
과학자의 궁금증은 상어의 피부를 모방한 전신수영복을 탄생시켰다. 전신수영복은 시드니 올림픽 이후 수영계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생물체의 신비를 모방한 새로운 공학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를 모방한 자동차의 충격흡수장치, 벽을 기어오르는 도마뱀의 발바닥 모양을 모방한 접착제 등은 이미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살아있는 생물체의 구조나 기능을 밝혀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학문인 생체모방공학은 더 넓은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한양대 생체공학전공 김선정 교수가 이끄는 생체인공근육연구단은 인간의 근육을 모방하는 연구로 이 분야의 세계적 연구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노기술과 의학의 융합

인공근육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수십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세포를 조작하려면 그보다 작은 것을 다룰 수 있는 나노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00년 미국 클린턴 정부가 나노기술에 적극 지원하면서 인공근육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인공근육 연구에서 외국은 초소형 로봇과 같은 산업적인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를 가하면 구부러지는 ‘EAP’라는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초소형 비행체나 산호초와 같이 생긴 로봇을 개발한 상태다.

이에 비해 김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산업적 활용과 동시에 의학 분야를 염두에 뒀다. 생체에 바로 사용될 수 있는 생체인공근육 연구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단은 현재 서울의대 생리학 교실과 함께 의학과 공학의 융합을 이뤄가고 있다.

생체에 적합하고 늘어났다 줄어드는 물질을 찾아라

(a)DNA가 탄소나노튜브를 감고 있는 모습 (b)이 물질에 전기자극을 주면 수축 또는 이완한다
연구단은 인간의 근육 중 팔다리에 있는 골격근을 모방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의학적으로 활용하려면 우리 몸에 사용해도 안전하고 독성없는 물질 중에서 찾아야 한다. 어떤 자극을 줬을 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성질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물질을 찾다보니 콘택트렌즈에 사용되는 하이드로겔이 떠올랐다. 하이드로겔은 온도나 산성도(pH) 같은 환경이 변하면 부피도 따라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압력이 클수록 부피 변화가 적은 특성도 있었다.

연구단은 특정 pH 조건에서 하이드로겔을 수축시킨 뒤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팽창하지 않고 오히려 더 수축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하이드로젤의 수축현상을 이용하면 미세로봇의 구동장치에 정밀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2006년 게재됐다.

또한 DNA가 탄소나노튜브에 자연적으로 감기는 성질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물질도 만들었다. 이 물질에 전기자극을 주면 수축 또는 이완한다는 사실을 밝혀 재료과학분야의 권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올해 2월 발표했다.

연구단은 DNA의 물리적 구조를 바꾸어 물에서도 풀어지지 않고 실타래처럼 뭉치는 현상도 발견했다. 이 덩어리가 pH에 따라 수축하거나 이완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화학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올해 3월에 소개했다

인간의 근육을 보완, 대체할 수 있어

연구단은 여전히 생체인공근육으로 사용할 물질을 찾고 있다. 여러 성과물이 나왔지만 보다 좋은 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개발된 물질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생체를 모방한 물질인 만큼 의료용 기구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눈 안에 나쁜 물질이 쌓이는 녹내장 환자에게 생체인공근육물질을 주머니처럼 달아주면 눈의 압력을 조절하는 펌프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센서나 초소형 구동장치 등에 생체인공근육의 활용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연구단은 개발한 물질이 몸 속에서 직접 에너지원을 얻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우리 몸은 밥이나 빵을 먹어서 포도당을 얻는다. 소화효소가 포도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전자가 나오는데 연구단은 이것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연구단의 최종 목표는 실제근육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인간의 근육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근육 부위에 쓰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조로봇, 인공 촉감 장치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 김선정 교수 약력

1994년 한양대학교 공학박사
1995년~2001년 산재의료관리원 재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2002년~2005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연구부교수
2004년~2005년 미국항공우주국 랭글리연구센터 초빙연구원
2005년~현재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제어생체공학부 부교수
2006년~현재 생체인공근육 창의연구단장

생체인공근육연구단은?

생체인공근육연구단
생체인공근육연구단은 실제 근육에 이용할 수 있는 인공근육물질을 만들고 있다. 이 물질이 체내에서 에너지원을 얻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나노바이오 연료전지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연구단의 최종 목표는 인공근육이 몸 속의 진짜근육과 잘 어울리게 하는 ‘생체인공근육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다.

연구단은 박사후연구원 1명, 석사과정 4명, 박사과정 6명, 행정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부 때 생리학, 화학, 물리학을 전공한 학생부터 기계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을 전공한 학생까지 서로 전공이 다른 사람이 함께 모여 생체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곳이다.

김 교수는 서로 다른 전공이라는 상황을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시로 열리는 연구 세미나. 각 분야의 관점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조율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독창적인 결론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체공학은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것인 만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이다. 구성원 중 아무나 붙잡고 생체공학을 왜 공부하냐고 물어봐도 하나같이 그 매력에 빠졌다고 답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어서 온 만큼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격려한다.

“도전과 열정. 두 낱말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2008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