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뛰고 ‘불황형 운동’ 인기…아웃도어 상품 덩달아 호황
가정용 운동기구도 불티
불황으로 헬스클럽이나 스포츠센터를 떠나 야외나 집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운동족’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등산, 마라톤, 걷기 등 저비용 야외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아웃도어업계는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올해 3월 아웃도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아웃도어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4월 정기 세일’에서 스포츠웨어는 다른 의류 부문과 달리 지난해 4월 정기 세일에 비해 13%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가정용 운동기구도 잘 팔리고 있다.
회원비나 레슨비를 다달이 낼 필요 없이 집에서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온라인 장터 ‘옥션’의 가정용 운동기구(바벨, 스테퍼, 사이클, 트레드밀 등)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증가했다. 옥션 레저스포츠 담당 정규식 팀장은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10만 원대 운동기구가 특히 인기”라고 설명했다.
서점가에서는 개인 트레이너 없이도 혼자 효과적인 운동을 하게 도와주는 운동 가이드북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교보문고 측은
“특히 아무 장비도 필요 없는 ‘맨손체조’ 분야 책들의 인기가 좋다”며
“스트레칭과 요가의 경우 올 3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86%, 23% 늘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반면 민간 헬스클럽이나 싼 수강료로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던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체육센터 등은 최근 들어 회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성북종합레포츠타운은 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회원 접수일이면 대기자들이 오전 4, 5시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심화된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10∼20% 이용자가 줄었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레포츠 업무를 담당하는 최인철 대리는 “특히 골프처럼 비싼 운동의 회원 수가 많이 줄었다”며 “요즘 감소세가 외환위기 때 못지않아 운동이 경기를 타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