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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내대회만으로 먹고 살만-되지도 않을 국제대회는?
작성자
국가대표
작성일
200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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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대회에만 집중해도 먹고 살만해 국제대회는 뛰어봤자 되지도 않을걸…”전 국가대표 남자 육상 선수
기사 100자평(3) 입력 : 2009.08.22 03:01
전(前) 국가대표의 고백
전직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요즘 TV에서 베를린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보면 가슴 설레기보다는 아찔한 생각부터 든다. 앞으로 2년 뒤인 대구 대회 때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건지 두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요즘 한국 선수들에게 도전정신이 없다고 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A급 선수(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은 시청, 군청팀에 이름만 걸어놓으면 연봉을 많게는 4000만~5000만원이나 받을 수 있다. 어떤 경우는 팀과 함께 훈련할 필요도 없고, 부업도 맘껏 할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일 년에 한두 번 전국체전 경기 뛰어주고 이런 연봉 받는 것을 누가 마다하겠나. 실업 선수들은 세계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 전국체전에만 집중해도 먹고 살만하기 때문이다. 국제대회는 뛰어봤자 어차피 성적도 안나오고 인센티브도 없다고 선수들은 생각한다.

나도 대표에서 물러난 뒤 시 군청 소속으로 뛴 적이 있다. 선수들이 체전에 대해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외로 크다.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님들 절반은 선수들 새벽 훈련 때 얼굴도 안 비친다. 그들은 그 시간에 주로 잠을 잔다. 실업 육상팀 감독, 참 괜찮은 직업이다. 어떤 실업팀은 감독 얼굴 일주일에 세 번 보면 많이 본다고 한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돈만 밝힌다”고 탓할 게 아니라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

물론 선수들 태도도 틀렸다. 요즘은 고교생들도 몸값이 올라서, 상위 1% 실력이면 선수 연봉과 학교에 주는 보조금, 지도자에 주는 사례금까지 1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럴 가치가 없는데, 추세가 그렇다. 훈련이 타이트하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나 코오롱처럼 큰 팀들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다. 꽉 잡혀 살았으니 편안한 시 군청 팀을 골라 해방감을 느끼며 잘 지내보자는 생각부터 하는 것이다.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연맹은 늘 하던 것처럼 선수 탓, 지도자 탓, 전국체전 탓을 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이미 십 년 전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차라리 선수들과 면담을 하고, 그들의 의견을 깊이 있게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는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육상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