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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인숙련-비전공유-세계관-팀학습-시스템 사고
작성자
동아비지니스
작성일
200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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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없음

복잡한 비즈니스, 동양적 리더십 안에 답 있다

동양의학은 서양인들이 가장 난해하게 여기는 동양의 전통 중 하나다. 우리는 소화불량에 걸린 사람의 팔에 침을 놓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몸의 여러 부분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전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서양인은 ‘왜 배가 아프고 어지러운데 팔에 바늘을 꽂는가’라고 생각한다. 동양인들은 전체 그림을 먼저 본 후 그 요소들의 관계를 생각하는 통합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파편화된 의사결정, 기업 스스로 옥죄는 결과 낳아
사업 환경 통합적으로 파악…변화하는 상황 충실히 반영해야

서양인은

세상을 ‘서로 다른 사물의 집합’으로 보고, 사물을 쪼개 보는 지적(知的)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일찍이 ‘원자론’을 생각해냈다. 영어 단어 ‘atom(원자)’은 어원상 ‘쪼갤 수 없는[not(a)+to cut(tom)]’이란 뜻이다.

세상은 개별적 사물의 집합이란 서양인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동양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氣)이 서로 어울리면서 다양한 사물이 만들어졌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물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여긴다. 배가 아픈 사람의 팔에 침을 놓는 한의학이 대표적인 예다.

○ 사물의 관계를 찾는 진보된 사고방식

필자가 미국 상무부에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미국기업을 돕던 때였다. 한 미국인 사업가가 “한국의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인 파트너가 전날 합의한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며 몹시 언짢아했다. “바로 어제 한 말도 바꿔버리는 사람과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이것이 비즈니스 매너를 넘어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인 사업가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협상이 진전되면서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했고, 그것을 보고 협상 내용을 수정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세계 경제가 서구 중심으로 발전한 탓에 한국인의 협상 방식은 ‘뒤떨어진 매너와 무지’로 폄하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요소는 전체 그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서양에서도 이런 동양의 접근법을 점차 수용하는 분위기다.

피터 센게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동양적 통합 사고의 선진성을 주장한 서구의 경영 대가다.

그는 1990년 발간한 제5경영(원제 The 5th Discipline)에서

“사물을 분리하고 개별적으로만 접근하는
서양의 사고와 비즈니스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구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사업의 규모와 복잡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즈니스 리더의 사고는 여전히 구시대적”이라고 진단했다.

○ 통합적 사고에 기반한 경영

센게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를 옥죄는 파편화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면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습조직이란 조직 내

모든 단계에서 학습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조직 전체가 성장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조직을 말한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학습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소(discipline)를 체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섯 번째인 ‘시스템 사고’를 꼽았다(그림1).

시스템 사고는 통합적 사고의 다른 이름이며,
대상을 분리해 단순화하는 서양의 전통적 사고방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는 사물을 전체적인 맥락에서(시스템적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이런 상호작용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통합적 사고를 문화 차원에서 해석했다.

그는 최신작 ‘아웃라이어(Outlier)’에서 “재능 있는 개인이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서양의 사고방식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 대신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업이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제안했다.

글래드웰은 성공의 공식을

‘타고난 재능+부단한 노력+우호적 주변 환경’으로 정의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호적 주변 환경’이다.

그는 “개인을 환경에서 분리해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성공의 방정식을 밝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양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 우호적 주변 환경을 간과하는 것은 통합적 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캐나다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생일이 1∼3월에 몰려 있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제시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취학기 아이들은 생일을 기준으로 입학한다.

같은 해(1∼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한 학년이 된다. 생일이 빨라 체격이 큰 아이들이 쉽게 발탁되며, 이들이 더 많은 추가 훈련을 통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글래드웰은 동양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아시아의 벼농사 문화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수학 공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일, 십, 백, 천 등 동양의 숫자 발음은 대부분 한 음절로 끝나 기억하기가 쉽다.

○ 통합적 사고를 하는 리더의 고민

통합적 사고의 대전제 중 하나는 ‘복잡한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의 리더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여러 요소의 상호관계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리더들은 동양의 문화적 전통 측면에서 통합적 사고방식을 체득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리더는 한 번의 생각으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할 때마다 그 내용을 반영해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는다. 이런 접근방식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말의 수가 줄면서 상황이 단순해지는 서양의 체스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돌과 함께 변수가 늘어나는 동양의 바둑과 비슷하다.

기업의 리더는 상대의 수를 읽는 바둑의 고수처럼 앞으로 상황이 얼마나 다양하게 분화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개인 단위가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하도록 기업 내부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

다만 리더는 ‘과연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언제나 고민해야 한다. 사물의 연결고리는 시간을 투입할수록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지만 많은 내용을 고민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확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꼭 효율성이란 이슈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calvin.kim@hewi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