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모 체육단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단체에서 발생하는 기록에 대한 관련법규부터 생산, 평가, 이관, 보관 등의 전반적인 기록물 관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단체의 규모나 조직으로 볼 때, 그 기관의 기록물 관리 실태는 필자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담당자의 의식 속에서 기록관리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은 찾아 볼 수 없었으며, 기록에 관심을 갖는 필자가 한심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한마디로 문서보관함 속에 적당히 보관하다 기한이 지나면 버리면 된다는 식이었다. 관리된 기록이 스포츠 현장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그리고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스포츠 기록은 행정기록, 운영기록, 경기기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행정기록이란 대한체육회와 같은 스포츠 관련 기관의 행정업무를 통해 생산되는 기록을 일컫고, 운영기록은 전국체전과 같이 각종 대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록을 말한다. 그리고 경기기록은 실제 경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야구의 홈런, 타율 등이 여기에 속한다.
행정기록은 조직을 운영해 나가면서 생기는 기록으로서 조직 내 모든 부서의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행정기록의 관리는 우선 각 기관별로 존재하는 문서의 형식을 통일함으로써 행정업무의 통합 및 교류 확대를 촉진할 것이다. 또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바뀌어도 관리체계에 따라 혼돈 없이 일을 수행케 할 것이다.
대회의 기획, 관리, 진행을 통해 나타나는 운영기록의 관리는 횟수가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축적되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유사한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단체에 제공되어 대회 개최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수의 등록, 자격, 입상성적 등의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선수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경기기록은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경기결과 이외에도 각종 경기관련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경기를 한층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야구에서 통계치를 제시하여 경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각종 신기록을 곧바로 알려주는 것은 데이터베이스(DB)화된 경기기록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또한 DB화된 경기기록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분석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경기기록은 스포츠 스타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면을 장식하는 스타의 각종 기록을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바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관리된 경기기록 덕분이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하여 각종 체육협회, 프로구단, 스포츠 관련 기관 등 스포츠계 전반에 걸쳐 관리된 스포츠 기록의 활용 범위는 무궁하다. 스포츠 스타의 발굴, 조직의 안정, 경기력 향상, 스포츠 흥행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필자는 스포츠 현장에 종사하는 기록관련 실무자는 물론이고 정책 수립자까지 모두 스포츠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용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그것이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스포츠계가 진일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주학 명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