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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 < 김승철 성균관대 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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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회에서 국내 생활체육 단체와 엘리트스포츠를 담당하는 두 기관의 합병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수 년 동안 회자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합의점을 찾게 되리라 예측한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정치·경제적 사안들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 간의 높은 벽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하여, 특히 지난 2002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경쟁력이 세계 상위 수준에 이르렀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축구, 야구, 골프 등은 물론 기초 종목이라 불리는 육상, 체조, 수영에서도 세계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뭇한 소식의 이면에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전통적인 스포츠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대표 급의 선수들은 유·소년기 지역 클럽이나 학교에서 일구어진 인적 자원들로부터 단계가 상승하며 차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은 성인이 되며 (체조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그 기능이 정점에 다다른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면 선진국이 아니면서도 스포츠 강국으로 득세하는 일부 국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스포츠 국가주의에 기반을 두고 (과거 공산권의 예가 있겠다) 어릴 때부터 선수들을 선발하여 집중적인 훈련을 시키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입신양명의 방법으로 그러한 기회에 대한 희망으로 자식들을 체육 시설에 보내게 된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접근에서는 생활체육이란 개념이 국민체력 증진이라는 일차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 이외이기가 힘든 것이다.

그럼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 국가 주도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부터 소질이 있어 보이는 일부 학생들을 선발, 집중적인 훈련을 시켜 대표선수로 만들어 낸다. 오히려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한 반작용으로 초·중·고교에서 지원자가 없어 운동 선수를 선발하는 일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일선 지도자들의 푸념이 이제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과거 스포츠 ‘강국’들과 다른 모습이 있다. 최근 엄청난 속도로 증가해온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를 따로 본다면 이제 우리도 스포츠 선진국의 타이틀이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이 아찔함은 무엇인가?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체육을 통해서 엘리트 선수로서 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엘리트스포츠인들이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것은 아직도 기사거리이다. 물론 이러한 과도기적 형태를 겪은 국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는 요원해 보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시스템의 재구성이 시급하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논의들이 국회에서도 토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이라면 생활체육이 엘리트스포츠의 분모가 되어야 하겠지만 급한 대로 공통 분모를 찾는 일이라도 선행되어야 하겠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 체육 및 유·소년 체육 시스템의 재정비다. 지난 칼럼에서 밝혔듯 스포츠 인구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져도 소용이 없다. 텅 빈 학교 운동장에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일반인들의 생활체육에 활용한다 한들 몇 십 년 후에 과연 얼마나 많은 검은 머리를 한 생활 체육인들이 그 시설을 이용할 것이며 학교 및 클럽 선수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올림픽 메달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지금 걱정해야 한다.

김승철/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