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그에 따른 비판에 들썩이고 있다. 매스미어에서 매일 같이 쏟아 내는 많은 양의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 또한 거기에 반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으로 우리는 하루에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뉴스의 양을 훨씬 뛰어 넘은 과식의 단계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같은 의견의 범람 속에 필자 역시 또 하나의 소모적인 의견을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황우석 박사 논란’이라고 언론이 명명한 근자의 소식들이 체육계가 현재 경험하고 이제껏 해온 일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에 걱정에 찬 목소리를 내어 보고자 한다.
필자 역시 생명 과학을 전공하여 한국의 대학에서 재직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를 진행해 본 경험을 가지고 말한다면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 이었고 절대 비윤리적인 의도가 숨어있지 않았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인이라도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순수한 의도에서 난자 기증 이상의 무엇이라도 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의도들이 어떤 필요에서 이건 학계에서 금기시 되어온 사항임을 주지하고 있는 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 시켜야만 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임을 알기에, 그 설득에 차질을 줄 만한 행위를 자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자 기증 연구원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연구진의 실책이고 그 실책으로 인해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을 만한 연구 결과를 쓰레기통에 쳐 넣어야 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의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일구어낸 우리의 현실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우선시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나쁜 의도 없이’ 일어났던 어느 정도의 ‘갓길 운행’ 정도는 눈감아 줘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음도 고백해야 한다. 사실 이 같은 생각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 하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에 있어서의 약물 복용만 해도 외국의 경우에서 더욱 흔하게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스포츠 선진국들에서 그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에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더욱 정교한 대응 규정이 생겨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반면 우리는 ‘나쁜 의도’로 이 같은 규정을 어기는 일이 별로 없기에 ‘규정’ 자체가 그리 중요시 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진통제 복용으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경험은 이번 황우석 박사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진통제로 복용 했으니 경기 결과를 인정해 달라는 ‘조르기’는 통하지 않는다. 이 같은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은 이제부터라도 ‘선의의 갓길 운전’도 갓길 운전임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승철성균관대교수
<중부일보 2005.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