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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대학과 지역사회(이지항 성균관대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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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역사회

몇 주 전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근처 주민들과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스포츠 과학부 학과장 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본교 크리켓 동아리 학생 대표가 찾아온 것이 그 일을 알게 된 시작 이었다.

본교 초청 외부 팀과의 크리켓 시합을 매 주 일요일 대 운동장에서 오전 10시 경부터 실시하는데 조기 축구회가 운동장을 오전 내내 사용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꽤 오랫동안 계속되어왔고 학과 조교들이 가서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학생들과 언성을 높이고 몸싸움까지 벌어질 뻔 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조사해 보니 이들 조기 축구회는 본 학교가 자리를 잡은 무렵부터 약 10여 년간 일요일 오전에 활동을 해 왔으나, 실제로 학교에 공식적으로 사용허가를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조기 축구회 측에 사용을 하려면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거나 학생들의 사용시간에 맞추어 운동을 하라는 요청을 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자신들의 십여 년간의 이용 ‘역사’를 강조하는 사용 ‘권리’ 주장일 뿐이었으니 논리적인 의사전달이 되지 않는 것은 뻔 한 일이었다.

이 같은 황당한 일을 당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이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관계였다. 필자의 전문 분야가 스포츠 계통이니 다른 면은 제외해 보더라도 필자가 이상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지역사회와 대학과의 관계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던 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본인이 직접 학부를 다니던 8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문제가 배부를 정도로 느껴질 만큼 사회 전체적인 이슈들에 대학생들이 몰입해 있었기에 사실 별 생각이 없었던 반면 10년이 넘는 유학, 직장 생활은 대학과 지역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허황된 희망을 갖게 한 좋은 계기였다.

지역사회와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학생회에서 교문과 담을 없앤 대학에서, 대학 미식 축구팀의 경기 때마다 2만~3만 명씩 몰려가 응원을 하고 이를 후원하기 위해 비싼 입장권과 핫도그를 사먹는 (참고로 그곳 인구가 약 10만 명이었다) 그런 허황된 관계를 보고 세월을 보냈으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실제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체육관, 수영장 사용료를 받고 대학에서 운영하는 동네 아이들 유소년 체육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에 가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다 보니 그런 허황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허황된 생각을 현실적으로 적절하게 운영하는 대학/지역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우리도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필자에게 말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시도할 때 마다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과연 이런 대학/지역을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조차 있는지, 꿈꾸어 오던 것이 여기서는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절망스럽기조차 한 실정이다. 대학은 자신에게 급한 일이 아니면 외면하고, 지역 주민들은 억지스럽게 본인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허황되어 보이는 관계를 실제 눈앞에서 실천하고 있는 그 곳도 한때는 지금 이곳과 같았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실이 그 같은 허황된 꿈이라면 계속 꾸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2007. 8. 7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