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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가대표 선수들과 미스코리아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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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과 미스코리아

이제 또 올림픽이다. 우리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인지 아니면 삶이 너무 고달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 게임은 과거 여러 스포츠 행사의 경우 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얼마 전의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너무 즐거워서 거기에 몰입하는 까닭에 아직 올림픽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물론 관계자들과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마음은 국민 모두 커다랄 것이다.

이번 북경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가 종합 10위권 이내라고 혹은 8위라고 매스미디어에서 떠든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런 목표를 정했는지 필자는 무척 궁금하다. 기록을 뒤져서 누가 맨 처음 이런 목표를 이야기 했고 이 내용을 누가 가장 먼저 보도했는지 찾아보고 싶은 마음마저 있다.

아마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KOC에서 각 종목별 참여 선수들의 목표를 수거, 종합해서 계산한 후 다른 국가의 예상 혹은 목표 성적과 비교해서 나와야 하는 수치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실제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바 없다. 아니라면 관련 전문가가(어쩌면 스포츠 담당 기자 혹은 평론가가) 가능 메달 수를 종합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수치는 엄밀하게 말해서 목표라고 할 수 없다.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목표가 목표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은 이 에리사 선수촌장이 선수단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고 말 한 것이다. 선수들이 외부에서 마음대로 정해놓은 목표에 흔들리지 않기를…

스포츠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지 지난날의 메달리스트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다.

특히 많은 메달리스트들이 체육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분야의 지식을 더욱 쌓아 나가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다시 국가 대표 팀으로 돌아가거나 대학교수 등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된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들의 성공 케이스가 여기에서 끝난다는 점이다. (개인 사업으로 인한 성공의 예는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떤 형태로든 전공 종목 주변에서 맴돌고 거기에서 성공을 꿈꾼다.

우리나라 대표 효자종목인 양궁에서 국민들은 항상 금메달을 기대하고 선수들은 그 기대에 부응해 왔다. 다만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 밑에 서있는 다른 나라의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의 직업이 소위 잘나가는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방송 중계 아나운서들은 그저 흥미 있는 사실 정도로 언급을 한다. 마치 미스코리아가 의대생이라는 사실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 대표선수들은 미스코리아가 아니다. 물론 두가지 모두 많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자리임은 분명하지만 미스코리아 전부가 연예인 지망생은 아니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의 선수들이 돌아갈 곳은 자신의 전공종목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약간 과장일지는 몰라도 전혀 비현실적인 말은 아니다.

선수들을 생각해 본다. 본인의 의지가 반영되지도 않은 목표를 향해 떠밀려가고 있다(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목표에 수긍을 하지만). 그들은 온 생애를 이 목표 한 가지만을 위해 전념했다. 물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가 이루어 졌을 때, 아니면 그 전에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나서, ‘자, 이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스코리아들처럼 임기가 끝나면 학교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적성에 맞고 기회가 좋아 관련 직업을 갖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소한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올림픽 게임을 유쾌한 마음으로 시청하고 (직접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승리와 실패의 감동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관련 분야이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에 이런 선정적인 제목의 글을 써 보았다.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2008. 8. 5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