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림마당 > 보도자료

보도자료

제목
만리장성을 넘어 (김희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9/08
파일첨부
첨부파일없음

만리장성을 넘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은 이번 북경 올림픽의 슬로건이다. 전 세계인이 하나의 꿈을 가지고 열정을 불사르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비록 평소에 애국자는 아니라 할지라도 아니 나라를 원망도 하지만 올림픽 경기 그 한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애국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힘이다.

대회 첫날에 있었던 러시아와의 여자 핸드볼 경기가 그러했다. 전반전에 백중세를 보이다가 후반전에 들어서자 맥없이 무너질 때의 심정은 참담하였다. 거짓말 처럼 러시아의 철벽 골키퍼 시도로바의 장벽을 대표팀 막내 김온아(20)가 페널티스로로 차분하게 무너뜨렸다.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가는 동안 모든 국민은 영화 ‘우리들 생애의 최고의 순간’을 또 다시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그 장면이 영화이자 한편의 다큐멘터리(documentary)이다.

필자는 지난 29일에 북경에 다녀왔다. 거리마다 8일에 있을 올림픽 준비로 분주했다. 19년 전의 ‘민중의 함성’이 느껴질 만한 천안문 광장과 인민대회장 앞에도 세계 평화의 상징인 오륜기와 올림픽 심벌 선전판이 모든 소리를 잠재우고 있었다. 아니 테러사태를 대비하는 검문이 없었다면 다른 체제가 운영하는 국가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유스러워 보였다.

북경의 짙은 대기오염을 안개라고 강변한 안내원이 문득 생각난다. ‘북경이 이렇게 뿌연한 이유는 온도 차이에 의한 짙은 안개가 원인입니다. 결코 대기오염의 문제는 아닙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루어지는 차량 홀짝제 또한 동전의 양면성을 보는 듯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러나 본질을 내세우기 이전에 모든 것이 아무 문제없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현상은 두렵다는 표현이 옳았다.

개막식에 동원된 인원과 웅장함을 보고 기(氣)가 눌렸다. 과거 중국으로 사절단으로 갔을 사신들은 어떠했을까. 자금성 주위 객관에 머물며 얼마나 황제와의 조우를 기다렸을까. 청탁을 통해 겨우 허락으로 얻어 들어간 황궁. 혹 자금성의 규모와 위세. 전체가 옥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꼈을 조국에 대한 초라함은 느끼지 않았을까. 초라함이 한없는 일편단심의 사대주의(事大主義)를 만들진 않았을까 기우(杞憂)가 들었다.

먼지를 안개라고 우기는 중국을 바로 알아야한다. 수많은 ‘민중의 넋’으로 만들어진 만리장성을 부러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행사에 기가 눌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올림픽을 통해 얻고자 하는 소망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중화(中華)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상도 이념도 잠시 잊은 체 하는 저들을 통해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바를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이젠 우리도 속아줄 건 속아주자. 과거의 어두웠던 시절로 회귀(回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처럼 ‘국익’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나’와 ‘개인’을 가끔은 잊은 척도 해보자. 그들은 저렇게 달리고 있는데 뒤만 돌아보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저 ‘붉은 땅’에서 벼락처럼 내리 다섯 판을 통쾌하게 한판승으로 금맥을 캔 최민호(28·KRA)의 쾌거에 잠시 숨을 돌린다■

김희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2008. 8. 12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