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림마당 > 보도자료

보도자료

제목
‘떼루아’에서 배우기 (류병관 용인대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9/01/13
파일첨부
첨부파일없음

‘떼루아’에서 배우기

‘떼루아’라는 와인 드라마가 인기다. 떼루아(terrior)는 와인 산지의 입지와 지형과 토양 그리고 온도, 습도, 바람 등의 와인 양조에 미치는 천연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포도를 키우는 농부의 정성과 손길이 상호작용을 이루고 그것이 와인 안에 스며드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와인을 단순한 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으로, 문화로 보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면 한 병에 기껏 5천원 하는 와인도 있는 반면에 한 병에 몇 백만 원을 넘는 와인들도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믿는 떼루아의 가치가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인간의 삶에도 이런 떼루아와 같은 질적인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분명 존재한다. 그것을 삶의 질(Quality of life)라고 하고 우리는 그것에 와인 가격에 속듯이 속고 산다. 와인이 비싸다고 다 맛있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자기의 입맛과 삶의 질적 수준에 맞는 와인이어야 좋은 것이다.

삶의 질도 오로지 경제적 수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일까? 얼마 전에는 어느 유명한 목사가 불교가 들어간 나라들은 다 못산다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인간의 행?불행이나 삶의 질을 잘살고 못사는 경제적 수준으로만 논할 수 있을까? 그러면 방글라데시나 인도 같은 나라들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왜일까?

물론 정신적인 행복만을 삶의 질로 볼 수도 없다. 비싼 와인보다는 좋은 와인이 결국 현실적 인간에게는 더 나을 수 있듯이 삶의 질은 물질만의 혹은 정신만의 것으로 결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떼루아가 천연적인 조건과 농부의 정성이 함께 조화를 이룸을 의미하듯 삶의 질도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조화로운 상태의 수준이 결정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경제여건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인간적 가치마져 스스로 상실하고 산다면 그것은 삶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적 상황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 혹은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이다. 다시말해 모두가 다 함께 어려운 것이다.

어떤 와인전문가는 자연의 조건이 혹독하게 어려운 년도에 농부의 정성과 노력이 더해져서 때로는 더욱 명품인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삶의 질의 문제는 결코 경제적 물질적 문제만은 아니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고 하는 정신적인 정서적인 문제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이런 기회에 삶의 가치를 질적으로 올릴 수 있는 떼루아와 같은 내면의 조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물질적 상황이 결핍 됐을 때 정신적 공허와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만일 어떤 상황의 변화에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다면 그것은 이렇게 위기라는 말로 표현되지도 않을 것이다.

정신적 영역을 강화하면 신체는 강해진다. 동시에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면 정신도 강화 된다.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에 반응하는 인간 개개인의 수준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영향을 받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 정도를 거뜬하게 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건강에 있다. 그러나 이때의 건강은 단순하게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조화이다.

우리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큰 것 같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더 희망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결여된 것이고 그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며 상대적인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이기도 하다.

서양에서 명상(meditation)이 유행하고 인기를 끄는 것은 물질적 세계에 물들어 있는 자기 내면의 정신적 세계를 찾으려는 것이고 그것은 진정한 건강을 찾기 위해서이다. 자기 내면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은 건강을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정신과 신체의 조화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찾는 것은 일상에서 중요하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하게 건강을 찾는 것이고 삶의 자신을 찾는 것이 된다.

내면을 살피고 정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다. 뛰어보면 자기가 보인다. 가슴 안에 폐가 있어 숨 쉴 수 있고 심장이 뛰고 있어 살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두 다리와 두 팔이 나를 달리게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뛰고 있는 자신과 언제까지 어디까지 뛸 것 인가를 결정해야하는 자신을 만날 때 내면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전국에 자전거 도로가 생긴다고 한다. 페달을 숨차게 밟으며 자신과의 대화로 건강을 키울 수 있음 좋겠다. 기왕이면 신도시 마다 달리기코스들도 정책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중부일보)

<2009. 1. 13 중부일보>